[역경의 열매] (10·끝) 고난 끝에 얻은 선물은 자식 같은 교회 청년들

입력 2014-09-05 03:18
문단열 전도사의 가족사진.

2011년 5월, 나는 큰 수술을 받았다. 대장에 문제가 생겨 25㎝를 절제했다. 당시 수술은 내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죽음의 문 앞에 서니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실감했다.

국민일보로부터 ‘역경의 열매’ 코너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내 인생의 역경이 무엇인지 떠올렸을 때 하나는 경제적 역경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이때의 건강 문제였다. 의료진으로부터 수술 이후 못 깨어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앞이 깜깜했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열매’는 무엇일까. 나는 세속적 기준으로 봤을 때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 아니다. 얼굴은 많이 알려졌지만 돈을 많이 모으지도 못했고 사업에도 수차례 실패했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열매는 있다. 바로 역경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곧 나의 ‘역경의 열매’다.

우선 경제적 고난과 육체적 고통 속에서 나는 진정한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소위 말하는 인맥 관리를 하지 않는다. 진심을 나누는 인간관계만이 의미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요즘엔 인맥을 쌓기 위해 억지로 나가야 하는 자리엔 절대 가지 않는다.

역경을 통해 우리 가족이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됐다는 점도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자 열매이다. 우리 부부는 정말 안 좋은 ‘사건’이 터지면 항상 손을 잡고 외출을 한다. 남들 같으면 울거나 괴로워하며 밤을 지새우겠지만 우리 두 사람은 영화를 보고 맛있는 걸 먹는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맞닥뜨리면 일부 가정은 와해되기도 한다지만 우린 오히려 반대였다.

역경 앞에서도 우리 부부가 의연할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을 향한 믿음 때문이다. 우리 두 사람은 안 좋은 일을 겪을 때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이번 고난을 통해 하나님은 어떤 축복과 깨달음을 주실까.’ 실제로 하나님은 역경 뒤에는 언제나 큰 선물을 준비해두고 계셨다.

사업에 거듭 실패해 수차례 좌절하면서 돈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먹고살 정도의 돈이면 충분하다. 명예 역시 마찬가지다. 돈과 명예, 이것은 우리 삶에서 ‘껍데기’에 불과하다. 자식들 역시 대견하게 성장해주었다. 내겐 딸이 2명 있다. 큰딸(24)은 현재 캐나다에서 유학 중이고 작은딸(19)은 재수생이다. 허영심이 전혀 없고 매사에 긍정적인 아이들이다. 다행히 딸들은 신앙적으로도 날로 성숙해지고 있다. 하나님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때면 흐뭇하다.

하지만 두 딸 외에도 내겐 자식이 많다. 내가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교회’의 청년들이 내겐 또 다른 자식이다. 굴곡진 시간을 통과해 개척한 이 교회도 내겐 역경의 열매다.

교회를 개척하고 매주 설교를 준비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매주 신앙의 영양을 공급받는 기분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나를 통과해 성도들에게 전해지니 영적으로 풍성해진 느낌을 받는다.

나는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신 교회의 어린 양들과 앞으로도 계속 사랑을 나누고 싶다. 거듭 말하지만 교회 규모는 지금처럼 ‘개척교회 수준’에 머물러도 상관없다.

처음 하나님을 만난 청년들은 금방 믿음을 키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다시 신앙이 뜨거워진다. 이러한 과정을 3∼4차례 거친 뒤에 ‘진짜’ 신앙인으로 거듭난다. 전도사로 사역하며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게 내겐 큰 보람이다. 아마도 훗날 천국의 심판대 앞에 섰을 때 하나님은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과연 네가 네 자신을 희생하면서 사랑을 퍼준 애들이, ‘진짜’ 너의 자식이 몇 명인지.

그때가 왔을 때 자랑스러운 모습이고 싶다. 하나님이 “너 때문에 10명이 구원을 받았다”고 말씀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하다. 이것이 바로 내 여생의 목표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