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14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에서 3연패를 당했다. 경기내용 뿐 아니라 주축 선수들의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아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목표에 먹구름이 끼이게 됐다.
한국은 3일(한국시간) 스페인 라스팔마스의 그란카나리아 아레나에서 열린 농구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슬로베니아에 72대 89로 패했다. 이로써 이번 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전 전패를 당한 한국은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태로 내몰렸다. FIBA 랭킹 31위인 한국의 다음 상대가 세계랭킹 4위의 강호 리투아니아라는 점에서 사실상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다. 한국은 전반을 39-40으로 마치며 첫 승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지만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고란 드라기치(22점)를 막지 못하며 역전패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가 그대로 출전한 한국은 농구월드컵을 통해 조직력과 압박수비 등을 가다듬은 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설 계획이었다. 승수는 2승이 목표였다. 하지만 2승은커녕 여전히 조직력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슬로베니아전에서도 잇단 실책 때문에 자멸했다. 특히 농구월드컵에서 팀의 주포인 문태종(창원 LG)이 지난달 31일 열린 조별리그 D조 2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왼쪽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문태종은 잔여경기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슬로베니아전에 출전했지만 8점을 넣는데 그쳤다. 프로농구 2011∼2012 시즌 신인상과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상을 휩쓸었던 오세근(상무)도 턱 부상을 입었다.
농구월드컵에서 얻은 수확도 있다. 젊은 빅맨인 김종규(LG)와 이종현의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김종규와 이종현은 슬로베니아전에서 장신 숲을 뚫고 나란히 덩크슛을 꽂아 넣으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이종현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2점을 올렸다. 블록슛도 무려 4개나 기록했다. 이종현은 “비록 1승을 못하고 패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매 경기마다 발전하고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더 좋아지겠다”고 다짐했다. 김종규도 “장신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몸싸움에서도 적응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세밀한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잘 가다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재학(울산 모비스) 감독은 “우리 실책으로 점수차가 벌어진게 아쉽다”면서도 “어린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고 플레이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D-15] 한국 남자농구 ‘세계의 벽’ 절감하다
입력 2014-09-04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