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문화융성을 4대 국정 기조의 하나로 내세웠다. 문화융성 구현의 제도적 기반은 현 정부가 제정한 문화기본법이다. 문화기본법은 총 13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는데, 국민의 문화권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 법에는 국민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서 ‘문화권’을 최초로 명시하였으며, 문화의 정의를 협의의 문화예술에 국한하지 않고 국민 개개인의 삶의 전 영역으로 확장하여 문화가 교육, 복지, 환경, 인권과 분리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국가의 문화예술 기반을 튼실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우리 국민이 어떠한 지역에 거주하든 품격 높은 문화예술부터 대중예술까지 골고루 향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문화융성의 목표인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의 확대’와 ‘지역 간 문화 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시설 중에는 각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전국의 시·군·구에는 국민 세금으로 지어진 200여개의 지역 문화예술회관들이 건립돼 운영되고 있다. 이들 회관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국민의 문화 욕구와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문화회관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이유는 전문성과 예산 부족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열차 노선을 잘 건설해 놓고, 그것을 운영할 전문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정작 열차를 달릴 수 없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회관은 지자체가 직영하거나 지자체에 귀속된 시설관리공단에 위탁 운영된다. 운영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자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만나보면 대다수가 문화를 향유와 소비의 개념으로 볼 뿐 복지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예술회관은 지자체 예산편성 시 후순위로 밀린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문화예술회관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자체에서 파견한,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운영한다. 결국 기획력 부재로 인하여 전문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문화시설 및 문화복지에 대한 운영과 예산 편성권을 갖는 지자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문화복지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려면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만 한다. 문화복지가 바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 중에는 문화예술에 쓸 돈이 있으면 다리 하나 더 놓는다든지 도로 포장을 하나 더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는 전국 문예회관을 회원으로 하는 공공기관으로 공연, 문화예술 교육, 전시, 축제 사업 등 지역 문예회관이 해야 할 본연의 사업을 지원하여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안정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문화융성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 못지않게 지자체 감독의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가 문화복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실행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자체와 시설관리공단 평가 항목에 문화복지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다. 평가 우수 지자체에는 포상과 인센티브를, 부진한 지자체에는 페널티를 주어야 한다.
문화가 당장 돈을 벌지는 못한다. 하지만 문화 없는 국민의 행복은 없다.
김승국 한문연 상임부회장
[기고-김승국] 문화복지로 국민의 행복을
입력 2014-09-04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