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애프터서비스 대행업체와 도급 계약을 체결한 수리기사들도 본사의 실질적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박모(44)씨 등 19명이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동부대우전자서비스(옛 대우일렉서비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 등이 실질적으로 회사로부터 업무의 내용과 수행 과정 등에 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대우일렉서비스는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만든 가전제품을 배송, 설치, 수리하는 회사로 직영 서비스센터 60여곳을 두고 내근 직원과 외근 수리기사 등 정규직 500여명을 고용했다. 회사는 이와 별도로 400여명과 도급 계약을 체결해 ‘전속지정점’이라고 호칭하며 정규직 외근 수리기사와 비슷한 업무를 맡겼다. 전속지정점으로 일한 박씨 등은 고정급 없이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았다. 취업 규칙을 적용받거나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이들은 매일 서비스센터로 출근했고 수시로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회사 측이 2008∼2010년 계약 종료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외견상 개인 사업자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이 자신들을 소속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며 지난해 7월과 9월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별로 실질적 사용종속관계 인정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본사 지휘·감독 받았다면 대행사 수리기사도 근로자”
입력 2014-09-03 0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