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車 협력금제 2020년까지 유예… 업계 부담 덜었지만 국제신뢰 잃어

입력 2014-09-03 04:36

경제 살리기 구호에 지구 환경 보전이 묻혔다. 정부가 당초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배출권거래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함께 시행키로 했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역시 2020년까지 보류됐다.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정부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부담을 피하려는 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정부는 국민과 국제사회에 내놓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떠안는 동시에 업계 로비에 휘둘려 환경 보호를 외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는 2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저탄소차협력금제를 2020년 말까지 유예키로 결정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구매하면 부담금을 부과하고 배출량이 적은 차량 구매자에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당초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업계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3곳이 공동 수행한 연구 결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고 소비자와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계획대로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2015∼2020년 기간에만 최대 1조8908억원가량의 생산이 감소하고 일자리 1만7585개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배출권거래제는 대상 업체별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고 여분 또는 부족분에 대해 타 업체와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키로 했지만 산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 모든 업종에서 의무 감축률을 10% 줄이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간접배출 및 발전 분야에 대한 감축 부담을 추가 완화키로 했다. 당초 2011∼2013년을 기준으로 산정했던 배출권 할당량을 2013∼2014년 기준으로 조정키로 했다.

통상적으로 해가 거듭될수록 업체의 배출량이 늘어나므로 최신 기준에 따라 산정하면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총량이 줄게 돼 기업의 부담이 적어진다. 그러나 업체의 의무가 줄면서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량도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긴다.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산업계는 부담 완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쟁 상대국보다 먼저 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국제경쟁력에 대한 산업계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시행에 앞서 적절한 보완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유보에 대해선 국내 완성차 업계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그동안 업계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에 부정적 영향만 끼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연비가 좋은 독일·일본 수입차에만 보조금이 돌아갈 가능성이 커 국산차만 역차별당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 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