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금통위원들 신중론

입력 2014-09-03 04:59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던 지난달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수 위원들이 가계부채 급증 등을 우려하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이 2일 공개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유일하게 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문우식 금통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세월호 사고의 충격을 상당부분 극복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경기회복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가 지난달 전망한 성장경로상에서 움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기적 경기부양의 필요성은 약하다"고 밝혔다. 문 위원은 또 한은이 2013∼2015년에 걸쳐 설정한 중기 물가안정 목표(2.5∼3.5%)가 너무 높게 설정돼 있다며 2015년부터는 소폭 하향 조정하고 변동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글로벌 금리의 상승세 전환 가능성,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완화와 맞물린 가계부채 문제의 심화 가능성 등을 거듭 지적했다.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다른 위원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내수활성화 대책이 경기회복세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 기준금리 인하가 LTV, DTI 규제완화와 맞물려 가계부채 부담을 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미 연준의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 여지는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에 찬성한 또 다른 위원도 "향후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인하가 성장, 물가, 고용 등 거시경제와 가계부채 위험 등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향후 유연한 상·하방 정책 대응이 가능하도록 중립적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은 금리 인하에 찬성하면서도 0.20% 포인트만 내리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해볼 때 9월 금통위에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금리 동결로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 흐름과 글로벌 경제 동향 등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과 석유류 등의 가격 안정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4%를 기록했다. 특히 23개월째 1%대에 머물러 '디플레이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지만 2009∼2013년 5년간 8월의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 평균(0.5%)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작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