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社가 스포츠구단 인수… 제일기획의 승부수 통할까

입력 2014-09-03 03:51

기업들이 스포츠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유·무형의 광고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쌓이는 적자는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스포츠구단 운영을 꺼리기도 한다. 삼성그룹은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야구단을 제외한 스포츠구단을 삼성전자, 삼성생명이 갖고 있었다. 잘나가는 계열사가 보유해야만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어서다.

이런 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광고·마케팅을 담당하는 제일기획 밑으로 스포츠구단을 모으고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 1일부터 프로농구 ‘수원 삼성 썬더스’와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운영 주체가 됐다. 지난 4월 1일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를 인수한 데 이어 3개 스포츠구단의 주인이 됐다. 종합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의 잇따른 구단 인수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제일기획은 왜 그룹 내 스포츠구단을 인수하는 것일까. 천문학적인 운영비용을 어떻게 감당할까.

제일기획은 이에 대해 마케팅 전문 기업으로서의 강점을 내세운다. 제일기획은 지난달 인수 발표 당시 “국내 스포츠 사업이 선진국과 같이 고도화·산업화되면서 스포츠단 운영에 있어 선수 운용·관리와 경기력 향상 외에 전문적인 팬 관리와 마케팅 능력 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제일기획은 그동안 올림픽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스포츠마케팅을 담당해온 것도 인수 이유가 됐다. 삼성전자가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나가노 동계올림픽 공식 스폰서십을 체결한 후 제일기획이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 파트너로 활동해 왔다. 올림픽뿐 아니라 삼성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첼시 공식 후원 및 미국 미식축구리그 스폰서십 체결 등 마케팅도 담당했다.

제일기획은 스포츠구단을 인수해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다. 사회공헌 성격이 강했던 스포츠구단을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원 삼성의 경우 한때 ‘레알 삼성’으로 불릴 정도로 공격적 투자가 이뤄졌지만 2009년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직전 운영주체였던 삼성전자는 해마다 30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교롭게도 야구, 배구 등 좋은 성적을 내는 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스포츠구단을 인수한 점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마케팅 효과가 떨어지고 성적이 나쁜 구단만 매각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제일기획은 2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본업에 충실하고 스포츠구단은 스포츠마케팅 전문 기업인 제일기획이 운영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