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세월호法·국회 ‘개점휴업’… 與野 ‘추석선물’ 기대난망

입력 2014-09-03 03:0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사관계 개선과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추석이 코앞인데도 한국 정치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 앞에 꽉 막혀 있는 형국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여야와 유가족 간 갈등만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꼬여가는 정국을 지켜보는 ‘한가위 민심’은 답답증만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전날 30분 만에 결렬됐던 새누리당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의 3차 회동 이후 이 같은 관측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양측은 서로에게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은 채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

새누리당은 유가족과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고 거듭 공언하고 있지만, 추가 양보안은 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심지어 유가족 측의 대표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유가족이 일반 유가족과 단원고교생 유가족으로 나뉠 수 있는데, 통일된 입장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유가족을 도와주는 분들과 유가족들의 생각이 어떤지, 굉장히 정리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힘들다”고도 했다. 가족대책위 측 역시 결코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유경근 대책위 대변인은 CBS 라디오에 출연, 대화재개 조건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우선돼야 할 것은 (여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라고 답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문제를 제쳐놓고 적극적으로 민생을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간담회를 연 데 이어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을 찾아 경제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또 오후에는 강서구 방화3동 영구임대주택 단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빌미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기 위한 ‘차별화 포석’이지만, 별무소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세월호 특별법 해결을 최우선 민생과제로 꼽는 야당을 끌어안지 못할 경우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여당 지도부가 이처럼 ‘나 홀로 행보’에 나서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예 정의화 국회의장의 역할에 기대감을 내비치며 더욱더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기에 앞서 목포 한국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의장이 오늘 백령도에 갔다 오후에 국회로 돌아오면 중재를 해보겠다고 했다”며 “의장 중재를 이번 주에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에도 정 의장에게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노력하겠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이 “세월호에 매몰돼 민생을 내팽개쳤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자, 야당은 국회 상임위별로 의원들을 전국 경찰서와 소방서, 쪽방촌, 외국인근로자 근무 기업체 등에 보내 민생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야의 ‘강 대 강’ 국면이 지속되면서 본회의 일정도 백지상태다. 새정치연합은 3일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만 참석한 뒤 나머지 정기국회 일정에 대해서는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