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가 일제히 개강을 맞으면서 대학 청소원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한적했던 캠퍼스에는 학생들과 함께 반갑지 않은 손님인 쓰레기도 함께 돌아왔다. 올 초 서울시내 10여개 대학 청소원들의 파업으로 이들의 열악한 실상이 알려지면서 청소원들을 배려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1일 오전 7시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의 청소원 문옥련(58·여)씨가 문리대 본관 1층 화장실의 한 좌변기 뚜껑을 열자 ‘거사’를 치르고 물을 내리지 않은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람이 뭐 깜박할 수도 있지.” 문씨가 사람 좋게 웃더니 물을 내리곤 샅샅이 걸레로 닦기 시작했다. 그는 “어제까진 방학이라 한가했는데 이제 개강하니까 바빠질 것”이라며 “학생들 1교시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아침 청소를 마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시간 동안 지상 5층 본관의 화장실 10곳과 쓰레기통 8개, 강의실 2곳과 행정실 1곳을 치우고서야 문씨의 아침 청소가 끝났다. 두 시간 닦은 화장실 내 대변기만 45칸, 소변기도 15개나 됐다. 그는 “오늘은 다행히 (대변기) 막힌 곳이 없다”며 “다 좋은데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고 바닥에 꽁초 좀 버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청소원 최양순(65·여)씨가 문리대 401호 강의실로 들어갔다. 높이 10㎝ 남짓한 책상 서랍을 뒤적거린 최씨가 다 마신 우유팩과 빵 봉투를 끄집어냈다. 최씨는 “5층 강의실 뒷좌석 두 번째 자리엔 항상 계란껍질이 나온다”며 “아침 못 먹고 오는 것 같은데, 쓰레기는 복도 쓰레기통에 버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청소를 마친 청소원들이 1층 휴게실로 하나둘 모였다. 이옥경(55·여)씨는 “학생들이 등록금 협상할 때 등록금 인상분의 0.1∼0.5%를 우리 위해서 써 달라고 해줘서 도배도 깔끔하게 하고 에어컨이랑 옷장도 새로 설치했다”며 “요즘엔 학생들이 ‘어머님’ ‘여사님’이라 부르며 인사도 잘한다. 아침마다 견과류를 주머니에 넣어주는 학생도 있다. 다들 내 자식 같다”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르포] 경희대 청소근로자들 웃음소리… 등록금으로 휴게실 새단장 “일할 맛 나요”
입력 2014-09-03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