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섹스혐오증이라 그러더니 남자혐오증도 있나 보다?” “내 정확한 병증은 불안장애랑 관계기피증이야.”(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1회)
TV가 대담해지고 있다. 드라마 단골 소재인 연애이야기가 보다 직설적으로 다뤄지고 소재도 풍성해지고 있다. 연애와 결혼을 이야기하며 성생활까지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유명 작가 장재열(조인성 분)과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 분)의 연애담을 다룬다. 서로를 미워하다가 사랑이 싹트고 치열한 연애를 해나가는 줄거리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사 곳곳에 성 담론이 가감 없이 등장한다. 드라마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고 밤 10시대에 방영되고 있다.
KBS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도 진짜 연애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5년간 만나온 전 남자친구 강태하(에릭 분)와 현재 남자친구 남하진(성준 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 한여름(정유미 분)의 이야기다.
이별 직전엔 “나 왜 만나니, 자려고 만나잖아”라고 내뱉고, 친구와 연인을 구분하는 상황에선 “너와 난 여행 갈 사이는 아니야. 안 잤으니까”라는 대사도 서슴없이 한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진 요즘 연애의 모습이 브라운관을 통해 직설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일반인들의 실제 연애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 큰 관심을 받았다. 매주 수요일 밤 11시15분에 방송되는 SBS ‘달콤한 나의 도시’는 결혼, 남자친구, 소개팅 등 다양한 연애 상황을 일반인이 출연해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서른 즈음의 여성 4인의 삶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에 공감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지상파 TV의 이 같은 변화는 케이블 채널의 인기 요소를 차용한 모양새다.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들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제작하다보니 성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자주 오갔다. 표현의 수위도 지상파보다는 자유로웠다.
실제로 KBS 드라마 ‘연애의 발견’을 집필중인 정현정 작가는 2011년부터 매년 케이블 채널 tvN을 통해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1∼3을 제작한 바 있다. 19세 관람가 등급으로 매겨졌던 이 드라마에서 그는 터부시 됐던 성에 대한 이야기를 속 시원해 풀어내 젊은 여성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들이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보다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표현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도 따른다. 반면 “가족들과 함께 TV를 보기 민망하다” “너무 적나라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솔직한 연애관을 가진 젊은층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지상파들도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자극적으로 표현하려는 목적이라면 질타해야겠지만 기성세대들도 관점을 바꿔 개방적으로 변한 시대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지상파로 번진 케이블發 직설 연애담… 性·사랑·결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입력 2014-09-03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