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공방… 서울·제주 등 다른 지역까지 확산 조짐

입력 2014-09-03 04:35

'9시 등교'를 둘러싼 경기도교육청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교총은 시행 중단을 위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도교육청은 "법적 다툼의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시행 이틀째를 맞도록 교육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2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만나 '9시 등교' 중단을 요청하며 교육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9시 등교' 정책은 서울·제주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조짐이어서 등교시간을 둘러싼 교육계 내부 갈등은 커질 전망이다.

도교육청은 지난 1일부터 도내 초·중·고교에서 '9시 등교'를 시작했다. 동참한 학교는 전체 88.9%로 당초 예상보다 많은 규모다. 초등학교 94%, 중학교 91.1%, 고등학교 72.7%가 참여했다. 고교 참여율이 다소 저조하지만 학년별로 등교시간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동참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9시 등교'가 정착되면 고교 참여율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9시 등교 시행에 따른 충격이 걱정했던 것처럼 심각하지 않다"며 "반대 학교에 대한 강압이나 강요,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총은 이 교육감이 처음 '9시 등교'를 시사했던 지난 7월부터 줄곧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등교시간은 학교장 자율 권한이지만 학교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육감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장 고유 권한인 등교시간을 교육감이 권한 남용으로 침해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9시 등교의 강제성이 없어 법적 다툼의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한 뒤 "교원 중심의 교총 생각은 학생을 지도 대상으로 보는 기존 관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교육감은 9시 등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로 '현장 의견'을 꼽는다. 이 교육감은 시행 전부터 "9시 등교는 학생들이 가장 강력히 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육감은 9시 등교를 학생들이 원하는 사안을 정책화한 최초의 사례로 꼽는다.

하지만 교총은 "학생·학부모들은 9시 등교에 반대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도교육청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도 청구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에는 도내 교사 교장 교감 등 교원 1411명을 대상으로 9시 등교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율형사립고 재지정과 전교조 미복귀 전임자 징계 문제로 진보교육감들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9시 등교 정책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교총은 2일 황 장관을 만나 9시 등교 중단을 요청했지만, 황 장관은 "모든 정책이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원론적 의견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