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1 주택시장 활성화대책’에서 밝힌 기부채납 손질 방침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택조합이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기부채납이 줄어들면 개발지역 주변에 설치되는 공공시설이 확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1일 발표한 주택시장 활성화대책에는 기부채납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주택조합 등이 주택정비사업을 신청하면 지자체가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바람에 사업 추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조합이 기부채납 명목으로 내놓는 면적이 전체 개발면적의 30∼40%로 보고 있다. 전체 사업비 기준으로는 6% 수준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기부채납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지자체장이 요구할 수 있는 적정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금도 주택법에 기부채납 제한 규정이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할 기부채납 적정 비율은 현재 관행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책이 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인 만큼 주택조합 등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부채납은 사업이 실시되는 지역 주변에 상하수도, 공원, 어린이집 등 공공시설을 짓는 역할을 한다. 이 돈이 줄면 지자체가 공공시설을 세울 여력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지자체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부채납을 제한하면 대부분 시·도에서 ‘공공기여’를 위한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지자체가 개발로 인한 이익을 공공에 기부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관계자는 “기부채납은 재건축 지역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을 환수해 공공시설을 마련하는 제도”라며 “이번 대책은 서민 주거 안정보다는 건설사의 일감을 확보해주고 투기 세력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도 마땅한 대안을 마련해 놓지 못한 상태다. 다만 기부채납 비율이 낮아지더라도 주택사업 자체가 활성화되면 지자체가 공공시설을 위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부채납이 40%에서 20%로 줄더라도 주택 사업 건수가 배로 늘면 지자체가 얻게 될 기부채납 총액은 줄지 않을 것”이라며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련 업계, 지자체 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기획] 기부채납 줄인다는데… 주택 시장 띄우려 공공성 뒷전?
입력 2014-09-03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