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불공정거래를 조장한 기관투자가와 자산운용가가 대거 검찰에 붙잡혔다. 시장 정보를 틀어쥔 이들이 주가조작에 참여했을 개연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범죄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단장 조재연 부장검사)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총 3754차례에 걸쳐 시세조종을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유진투자증권 직원 송모(46)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사학연금 직원 유모(33)·최모(33)씨, 마이애셋자산운용 직원 이모(40)씨와 브로커 등 8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뇌물) 등으로 기소했다.
송씨는 T사의 2대 주주였던 신모(51)씨로부터 시세조종을 통해 보유한 주식을 고가로 처분해 줄 것을 부탁받았다. 송씨는 시세차익을 위해 신씨가 보유한 종목을 사학연금이 매수토록 알선했다. 그 대가로 신씨는 송씨에게 2억8000만원을, 유씨와 최씨에겐 각각 7500만원을 건넸다. 이씨도 5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범죄 탓에 사학연금은 48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4억7000만원의 손실을, 마이애셋 자산운용도 3억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1억8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1조원대 규모의 일임재산을 취급한 가울투자자문 윤모(50) 대표이사 등 전·현직 경영진 3명도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고객으로부터 일임 받은 재산 8789억원 상당을 특정 9개 종목에 집중투자하면서 총 65만8943차례 걸쳐 시세조종을 하다 적발됐다. 시세조종 이후 대상 주식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30% 손실을 기록, 시가총액 약 2조3334억원이 증발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투자자문회사의 대표이사와 자산운용 본부장은 물론 법률상 내부감시자인 준법감시인까지 결탁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범행했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에게 투자 관련 조언을 해주는 증권방송 전문가가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허위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있었다. 함께 기소된 M증권방송 소속 증권전문가 김모(42)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인터넷 증권방송이나 증권카페 등을 통해 미리 사놓은 특정종목 주식들에 매수 추천을 한 뒤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수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합수단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에서 남부지검으로 이전한 이후 7개월간 이들을 포함해 총 78명의 주가조작사범을 기소했다. 합수단은 범죄수익 231억원 상당을 환수조치하고 불법행위 연루재산 146억원을 적발해 국세청에 과세자료로 통보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증시 풍문이 사실로… 기관·자산운용가 주가조작 첫 적발
입력 2014-09-03 03:14 수정 2014-09-03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