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官피아 척결한다더니… 정치인 출신 낙하산 ‘政피아’ 판친다

입력 2014-09-03 03:17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 정부에 공이 있는 정치인 출신 인사가 공공기관에 속속 자리를 잡고, 관료 출신들은 지방자치단체에 둥지를 트는 등 낙하산 인사가 줄을 있고 있어서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비난 여론에 관료의 공공기관행이 막히자 다른 부분에서 낙하산이 이뤄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난 4월부터 공석이던 수출입은행 감사 자리에 공명재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가 임명되면서 ‘박(朴)피아’ 논란이 일었다. 공 감사가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위원단을 지냈던 경력 때문이다. 공 감사는 지난 3월 취임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함께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이기도 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2일 논평을 내고 “공 교수는 박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이자 대선캠프 출신”이라면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153명 중 대통령 측근과 정부부처 출신 낙하산 인사가 절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에는 2012년 대선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박 대통령 대선캠프의 재외국민본부장을 맡았던 자니윤씨가 관광공사 감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무원의 낙하산 근절이 화두에 오르면서 관료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선거캠프 참여자 등 정치인 출신이 차지하는 ‘정(政)피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새정치연합 백재현 의원이 조사한 결과 39개 공공기관 중 14곳(36%)이 정치권 출신 인사를 감사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KDN 상임감사와 한국동서발전 상임감사 등에 새누리당의 지역 당협 위원장 출신들이 선임되기도 했다. 한국서부발전, 대한석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원자력연료 등의 감사도 정치권 출신이 맡고 있다.

공공기관 출신이 퇴직 후 다시 공공기관 자회사로 내려가는 일도 허다하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출자한 14개 회사의 고위 임원 44명 중 12명이 LH 퇴직자다. 산업은행은 퇴직 후 재취업한 사람의 66%가 주거래 기업의 대표이사나 감사 등으로 내려가 소위 ‘갑’의 지위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회 정무위 소속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이 산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현재까지 재취업에 성공한 퇴직자 47명 중 31명이 주거래 기업의 고위직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 의원은 “재취업 사유 가운데 ‘회사추천요청’이 3건에 불과했다”면서 “해당 주거래 기업의 요청이 아닌 나머지는 낙하산 인사로 파악된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행이 막힌 경제관료들은 지자체에 줄줄이 영입되고 있다. 이태성 전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최근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김규옥 부산경제부시장, 배국환 인천정무부시장 등도 기재부 출신이 지자체에 자리잡은 사례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