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하는 녹색성장] 국내 車업계 기술 향상 지원… 경쟁력부터 높인다

입력 2014-09-03 04:41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유보는 결과적으로 중·소형 하이브리드차 보급을 늘릴 것으로 예측된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용이 증가하고 소비자 부담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 이유=정부는 당초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던 저탄소차협력금제를 2020년까지 보류한다고 2일 밝혔다.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산업연구원에 공동 연구를 맡겼더니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쳤고 자동차 업계의 생산·고용 감소 규모가 큰 것으로 나왔다는 게 이유다.

연구 결과 2015∼2020년 누적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56만4000t으로 당초 목표량(160만t)의 35%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생산 감소액은 6555억∼1조8908억원에 이르고, 고용 감소는 6110∼1만7585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대형차 수요가 중·소형차로 넘어가고 차량 판매가 줄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는 저탄소차협력금제에 대해 격렬히 반발해 왔다. 국내 완성차의 기술력이 유럽차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수입차에만 보조금 혜택이 돌아가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논리였다.

결국 정부는 제도 시행을 유보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기술 수준 향상을 위한 지원책을 내놨다. 올해 말 끝날 예정이었던 전기차 구매 시 세금 감면(최대 400만원)을 연장하고 내년까지로 예정됐던 하이브리드차의 취득세, 개별소비세 등 감면(최대 270만원)도 일몰 시한을 늘린다. 내년부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100g 이하인 차량 8종을 구매할 때 보조금 10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아울러 2020년까지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을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과 유사한 ㎞당 97g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 많은 업종 영향 불가피=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녹색성장을 강조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BAU(Business As Usual·평시예측배출량) 대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후속 입법 작업이 진행됐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키로 예정된 것이다.

그러나 산업계가 준비 부족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자 시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정부는 이날 경제장관회의에서 일단 시행하되 업계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든 업종에서 감축률을 10% 완화하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간접배출 및 발전 분야에 대한 감축 부담을 추가로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배출권 할당량도 2013∼2014년 배출실적 수준으로 조정해 향후 온실가스를 추가적으로 발생시키지 않으면 추가 비용 부담이 없도록 설계했다. 과징금 부담 해소를 위해 배출권 거래 기준 가격은 1만원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BAU를 재검토해 필요하면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BAU가 높게 평가되면 그만큼 산업계가 실질적으로 줄여야 할 온실가스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없던 제도가 생기는 만큼 업계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정유·석유화학, 발전, 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선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결국 이 업종의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