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음력으로 8월 보름이다. 보름은 달이 가장 부풀어 오르는 시기로 정월 보름, 유월 보름, 칠월 보름, 팔월 보름이 각각 대보름, 유두절, 백중날, 추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고유의 명절이다. 그중 팔월 보름이 최대 명절이다. 이때 한 해 가운데 가장 밝은 달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정월초하루, 즉 설날은 새해 새아침을 기념하는 ‘아침의 명절’ ‘해의 명절’이라면 팔월 보름, 즉 추석은 만월(滿月)을 즐기는 ‘밤의 명절’ ‘달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추석(秋夕)의 ‘석(夕)’자 역시 밤이라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추석은 1년 중 가장 큰 달을 맞는 날이다. 그래서 이날에는 달을 구경하고 즐기는 풍속이 있었다. 윤호진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는 “민간에서는 추석 때 남보다 먼저 달마중을 하면 첫아들을 얻는다고 하여 다투듯 높은 곳으로 올라가 달을 맞이하며 즐겼고, 조정에서는 임금이 신하들과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달구경을 하였고, 사대부들은 벗들과 모여 술을 마시며 시를 주고받으며 한가위의 달을 즐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풍속을 한자어로 ‘완월(玩月)’ 풍속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추석과 관련된 한시를 수집하고 해석을 붙여 ‘달아 달아 밝은 달아’(민속원)라는 책을 펴냈다. 그중 한 편을 보자. 고려 말 조선 초의 정치가 정도전(1342∼1398)이 쓴 ‘경술년 한가위 저녁에’라는 시다.
평생 동안 밝은 달을 사랑했건만,
밝은 달은 항상 둥글지는 않네.
달을 마주하니 옛 친구 생각나지만,
옛 친구는 저 하늘가에 있네.
오늘 저녁은 무슨 저녁인가?
달과 사람이 함께 간다네.
희고 흰 달빛은 서리와 같고,
따뜻한 사람은 옥과 같도다.
달이 졌지만 사람은 잠 못 이루고,
그대 돌아가면 달은 또 떠오르리.
사람은 본디 모이면 흩어지게 되고,
달도 또한 찼다가 이지러지네.
사람이 달과 서로 다른 점은,
아름다운 기약이 서로 어긋나는 것.
달은 한 달에 한 번 둥글게 되니,
달 마주하며 길이 그리워하네.
이 시는 1370년 경술년 한가위 저녁에 부여에서 찾아온 친구와 함께 달을 구경하고 작별한 뒤 지은 것이다.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을 달의 차고 기우는 모습과 절묘하게 대비시켰다.
윤 교수는 “조선시대 한시 중에는 추석에 달을 보고 지은 시가 꽤 있고, 달의 정서랄까 정감이랄까 그런 게 굉장히 발달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요즘 추석은 아침에 가족들이 모여 차례 모시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옛날에는 추석날 밤에 보름달을 구경하고 시를 짓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했었다”고 말했다.
민속학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추석 명절에서 달을 즐기는 풍습이 사라지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라며 “18세기, 19세기만 해도 한양에서 추석날 밤에 청계천 다리 밟기를 했다거나 남산 달구경을 했다는 기록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추석에도 달이 뜬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추석 당일 구름이 좀 끼겠지만 달구경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추석의 밤이 귀경하느라 분주한 시간대가 되고 말았지만 어디서든 잠시라도 달을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추석은 달의 명절이다. 이번 추석에는 올들어 두 번째로 큰 보름달을 볼 수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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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5 0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