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때문에 울었던 게 이제 없어질 것 같다” 울산 여고생 ‘학교 폭력’ 투신 사망

입력 2014-09-03 03:44
울산의 한 여고생이 친구들에게 맞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1일 오전 6시쯤 울산 북구 한 아파트 10층에서 뛰어내려 숨진 경주 모 고등학교 1학년 김모(17)양의 집에서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유서가 발견돼 수사를 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김양은 유서에서 폭력을 가한 친구 여러 명을 언급하면서 ‘너희 때문에 많이 힘들고 울었던 게 이제 없어질 것 같다’고 썼다. 이어 ‘주먹이라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 숨쉬기가 많이 힘들더라’ ‘나를 때리려고 부른 거야’ ‘은근슬쩍 머리 넘겨주는 척하면서 때리고’ ‘너 때문에 우울증 걸리는 줄 알았어’라고 적었다.

김양은 ‘1학년 애들 상담해 보면 너 신고 진짜 많을 걸. 애들 상처주지 마. 다 너한테 돌아오게 돼 있어’라고 적어 다른 피해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또 ‘어떤 처벌이든 받고 진심으로 반성(하기를 바란다)’이라고 글을 남겼다.

경찰과 학교 등에 따르면 김양과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4명은 평소 친한 사이지만 지난달 30∼31일 김양이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다퉜다.

김양 등 5명은 평소 교사에게 지적을 받아왔다. 이 중 일부는 1학기 중에 실시한 학교폭력 설문조사에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의 처벌을 받기도 했다.

학교 측은 “숨진 김양은 유서에 적힌 학생들과 단짝처럼 지내면서 친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목숨을 끊는 사태로까지 이어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4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김양을 때린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은 2011년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후 사회문제로 비화돼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왔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경북 경산의 한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지난 4월에는 경남 진주시의 모 고등학교에서 불과 11일 사이에 학교폭력으로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