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의 거물급 인사인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가 열흘 정도 일정으로 유럽 4개국을 순방한다. 중국통이자 대미(對美)외교 전문인 그의 유럽 방문은 이례적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붕괴됐던 국제 관계를 본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외교 확장책'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2일 "강 비서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독일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4개국을 순방한다"며 "당 비서 타이틀이어서 북한 노동당과 관련 있는 정당의 초청으로 가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현재 북한과 관련해 '비판적 개입정책'을 취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인권문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교류를 본격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강 비서가 이번 순방을 통해 비판적 개입정책의 완화 등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활동을 펼칠 수도 있다. 강 비서는 특히 벨기에에서 EU와도 협의 일정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는 그가 북·미 제네바합의(1994) 주역인 점에 비춰 유럽에서 미국과 접촉할 개연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비서의 스위스 방문 시기(11∼13일)에 후루야 게이지 일본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 담당상이 세미나(10일) 참석차 제네바에 머물 것으로 알려져 북·일 간 고위급 접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북한 이수용 외무상도 5∼7월 중동과 아프리카 등 10여개국을 순방했고, 지난달에는 동남아 3∼4개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대외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적극 펼쳐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미국통’ 北 강석주 유럽 순방… 외교확장책 연장선상인 듯
입력 2014-09-03 0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