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발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보강수사 중인 3군사령부 검찰부가 2일 가해병사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키로 했다. 또 사인(死人)도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가 보다 중요한 원인이 된 것으로 바꿨다.
3군사령부 검찰부는 “가해자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기록재검토, 보강수사, 전문가 상담 등을 거쳤다”며 “이모 병장 등 가해병사 4명에 대해 주위적으로 살인죄,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폭력을 행사한 이 병장과 하모 병장에게 적용된 ‘단순폭행’ 혐의도 각각 ‘상습폭행’과 ‘흉기 등 폭행’으로 변경했다. 검찰부는 바뀐 공소장을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28사단 검찰단의 공소장 내용을 대폭 뒤집은 것이어서 초동수사 부실논란이 일고 있다. 구타사망과 같은 주요 사건은 상위부대에서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돼 있지만 군 수뇌부가 안이한 판단으로 사단에서 맡도록 해 미흡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또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보강수사에 나섰고 최초 공소내용이 크게 바뀌는 등 군 수사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부가 가해병사들이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사고 당일 윤 일병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이 가파르며 몸에 상처가 많아지는 등 이상 징후가 있음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잔혹한 구타를 했다.
세 번째는 운전병이었던 이 병장과 달리 다른 가해병사들은 대학에서 의료 관련 공부를 했고 입대 후 특기교육을 통해 의학적인 지식을 갖춰 지속적인 폭행으로 윤 일병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검찰부 관계자는 “이런 정황은 가해자들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갖고 있었음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8사단은 “가해병사들이 윤 일병에 대한 심폐소생술을 하고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의도가 없었다”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했었다.
사인도 당일 발생한 단순폭행에서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이 주원인으로 변경됐다. 검찰부가 적시한 좌멸증후군은 구타 및 압박 등으로 근육조직 붕괴가 일어나면서 발생한 유독물질이 혈액으로 들어가 각종 장기에 이상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현상이다. 속발성 쇼크는 외상으로 다량 출혈이 발생해 순환혈액량이 줄어 쇼크를 일으키는 상황이다. 군 수사당국이 윤 일병에게 가해진 지속적인 구타 및 가혹행위가 중요한 사망 원인이었음을 뒤늦게 파악한 것이다.
가혹행위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 병장은 윤 일병에게 “개처럼 기어봐라” “멍멍 짖어봐”라고 지시했다. 또 침상에서 과자를 던지며 “개처럼 먹어봐”라고 해 윤 일병이 떨어진 과자를 입으로 주어먹게 했다. 이 병장은 “교회를 싫어한다”며 종교행사 참여도 방해했다. 이모 상병과 지모 상병은 윤 일병이 말끝을 흐린다는 이유로 가슴을 때렸다.
재판관할권이 28사단에서 3군사령부 보통법원으로 이관된 후 첫 공판은 추석 연휴 이후 열릴 예정이다. 가해병사들에게 살인죄가 적용되면 최대 사형에서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윤일병 가해병사 4명 ‘살인죄 적용’… 軍 ‘미필적 고의’ 인정
입력 2014-09-03 03:09 수정 2014-09-03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