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참사 4개월여 만에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발생 후 곳곳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 대혁신을 하겠다고 했지만 300여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고 나온 대책 치고는 안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승객 안전을 도외시한 채 눈앞의 이익 추구에만 급급했던 선사와 이를 묵인하거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해운 당국의 야합이 빚은 것이다.
이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승객 안전에 최우선적으로 방점이 찍혀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세월호 참사는 불법 과적과 무리한 선박 개조로 인한 복원성 상실이 직접적 원인이다. 정부가 연안여객선에 대해 복원성이 저하되는 개조를 일절 금지하고 여객선 선령을 최장 25년으로 제한한 것 등은 만시지탄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자 항로, 낙도 항로 등에서 직접 선박을 운영하는 공영제(公營制)를 운영하기로 한 것은 혈세가 투입되더라도 공공성과 승객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세월호 같은 여객과 화물 운송을 겸하는 대형 카페리(일명 로로선) 운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채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로로선은 화물 수송엔 유리하지만 선폭이 좁아 급회전 시 위험하고 열고 닫는 화물칸 때문에 바닷물이 쉽게 들어와 짧은 시간에 침몰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1997년 로로선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하고 단계적으로 없애도록 협약을 만들었다. 국내 여객선 173척 중 1000t급 이상 대형 선박은 17척이고 모두 로로선이다. 제주항로를 운항 중인 13척 가운데 8척은 세월호보다 더 낡았다.
그런데도 행여 화물운송 업계의 반발에 밀려 미봉책에 그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은 안전에는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비용이 들더라도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게 영문도 모른 채 바닷속으로 스러져간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사설] 세월호 같은 카페리 운항 원칙적 금지가 맞는데
입력 2014-09-03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