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달러짜리 햄버거 즐기고 외제차 몰고… 北 민간경제 확산일로

입력 2014-09-03 03:51
북한에서도 주민들이 햄버거를 즐겨 먹고 고급 외제차를 모는 등 민간경제가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의 사이먼 먼디 서울특파원은 최근 닷새간 평양을 방문해 직접 목격한 실상을 상세히 전했다.

지난해 리모델링을 통해 재개장한 평양의 문수물놀이장은 하루 이용료가 150달러에 가깝지만 나들이 나온 주민들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이곳 패스트푸드 바에서 파는 햄버거 1개는 북한 돈 1만원(약 76달러)이다. 북한 노동자 월급의 3∼5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가격이다.

수영장 벤치에서 맥주를 홀짝이던 양광진(39)씨는 “이용료로 2만원을 내고 들어왔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북한 생활물가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지만,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걸 보면 민간경제가 북한에 상당히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분석했다.

자동차 보급도 확산 추세다. 먼디 특파원은 북한 자체 브랜드인 평화자동차가 가장 눈에 많이 띄었지만 일본차와 독일 폭스바겐, 벤츠 등도 적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평양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고급 국수식당 주차장에는 최신 BMW가 주차돼 있기도 했다.

가격이 200달러부터 팔리는 휴대전화도 북한에서 일상화된 지 오래다. 2∼3년 전만 해도 북한 주민이 주로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중국산이었는데 지금은 아리랑 등 자국산으로 대부분 대체됐다고 한다.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에서는 1990년대 발생한 대기근 이후 비공식 시장이 생겨나기 시작해 지금은 주민의 3분의 2가량이 비공식 시장에서 생필품을 조달하고 있다”며 “민간경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중 무역을 통해서도 부를 축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디 특파원은 그러나 북한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처럼 변화하고 있는데도 김씨 왕조에 대한 개인숭배는 변함없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부 김일성 주석의 사진은 평양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었고, 모든 주민의 가슴에도 이들의 사진이 새겨진 배지가 달려 있었다.

FT는 올해 31세인 김 제1비서에 대해선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하고 있다고 봤다. 그 사례로 마식령에 고급 스키장을 개장하고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을 두 번이나 초청한 일 등을 들었다. 지난 주말엔 외국 레슬링 선수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경기를 개최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