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아시아드-(2) 양학선 vs 이세광] “내가 진정한 도마의 달인”… 남북 자존심 대결

입력 2014-09-03 04:04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 부문은 한국을 넘어 남북의 시선이 집중되는 종목이다. 바로 금메달을 놓고 남북간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한국의 양학선(22·한국체대)과 북한의 이세광(29)이다. 양학선과 이세광은 또 진정한 ‘도마의 신’이 누군지 인천에서 첫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양학선과 이세광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도마 선수다. 도마 부문에서 가장 높은 난도인 6.4를 두개나 구사하는 선수는 전 세계에서 이 두 명 뿐이다. 특히 두 선수 모두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학선은 양학선1과 양학선2 기술을 연기한다. 양학선2는 아직 국제체조연맹(FIG)에 공식 등재되지 못했지만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양학선이 이를 성공시키면 FIG에 올라간다. 이세광도 이세광과 드라굴레스쿠 파이크 기술을 가지고 있다. 모두 난도 6.4 기술들이다.

양학선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며 현재 세계 도마 1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듬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기계체조선수권 대회에서 도마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뤄 전 국민을 기쁘게 했다. 양학선은 당시 비닐하우스에서 어렵게 사는 가정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역경을 딛고 성공한 효자로서도 유명세를 떨쳤다.

현재도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벨기에에서 열린 기계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마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2연패를 이뤘다. 또 지난 4월 2014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에서 양학선2 기술을 처음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세광은 양학선 이전 최고의 도마 선수였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과 2008 아시아선수권대회 도마 금메달리스트다. 하지만 대회 2연패를 노렸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는 참가하지 못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당시 북한 체조 대표 선수의 나이 조작 사실이 밝혀져 이세광도 2년 국제대회 출전금지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세광의 기량은 나이와 함께 시들어져갔다. 공교롭게도 이세광이 국제무대에서 사라진 직후부터 양학선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최근 이세광이 부활하고 있다. 지난 4월 크로아티아 오시예크에서 열린 FIG 월드컵시리즈 챌린지컵에서 드라굴레스쿠 파이크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양학선과 이세광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같은 대회에선 딱 한 번 만났다. 바로 지난해 10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였다. 양학선은 그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다만 당시 이세광이 예선에서 착지실수로 탈락하는 바람에 둘이 직접 맞붙은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양학선과 이세광의 실질적인 맞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양학선은 이세광에 비해 젊고 최근 성적도 좋기 때문에 낙관하는 분위기다. 다만 남북대결인 만큼 긴장은 늦추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허리 통증을 겪었고, 올해는 연습 중 허벅지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몸 상태가 확실히 예전 같지는 않다. 양학선은 “이세광 선수가 출전한다고 해서 기가 죽거나 하는 것은 없다”면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나부터 못 참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