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정구] 성공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입력 2014-09-03 03:49

경영 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서도 영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비결은 같은 산업 안에서 제조업자나 납품업자간 혹은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간의 전통적 이원적 협력관계를 넘어서 산업 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생태계의 협력관계를 구축한 기업들이다. 기술적 융합에 의해서 산업 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생태계로 산업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의 경쟁 구도는 같은 산업 내의 기업과 기업 간의 경쟁이라기보다 애플 생태계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같이 생태계와 생태계 간 경쟁으로 진화할 것이다. 자연에서 한 종은 각 개체의 능력보다는 각 개체가 속한 종의 운명과 성쇠를 같이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가 기업 생태계에도 적용된다. 개별적으로는 최고의 민첩성과 힘을 가진 공룡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공룡은 생태계의 운명에 따라서 다른 공룡들과 같이 지구상에서 쉽게 사라질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전통적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져서 탄생한 생태계의 생명은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운동장에 비유할 수 있다.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은 이 운동장에 부품업체, 고객, 지역주민들이 ‘따로’가 아니라 ‘협력’하면서 재미있게 뛰어놀 수 있도록 잔디도 깔고 축구장도 만들고 테니스장도 만들어준다. 재미가 있어 많은 사람이 와서 열심히 놀수록 이 운동장은 진화하고 운동장의 플랫폼을 만들어준 기업은 발전한다. 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연습한 선수가 스타가 되면 그 선수뿐만 아니라 이 운동장의 브랜드 가치도 급등한다. 반대로 재미없는 플랫폼에는 구성원들이 다 떠나가고 만다. 플랫폼은 개방과 공유와 협업의 원칙에 따라 널리 사용할 때만 효과적이다. 최고의 플랫폼은 다양한 범위의 상호 보완적 제품이 서로 어우러져서, 기술과 서비스가 결합과 재결합할 수 있는 협력의 토대를 제공해줌에 의해 구성원을 위해 수많은 기회를 창출한다. 좋은 플랫폼은 사용자들에게 소규모 혹은 대규모의 협업과 상생 기회를 제공해줌에 의해서 공진화(共進化)하고 확장된다.

전통적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술과 기술의 융합에 의해서 만들어진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생태계가 발전할수록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나 기업의 성공 기준도 바뀌고 있다. 경계가 분명한 전통적 산업에서는 나의 적이 누구이고 나의 협력자가 누구인지가 비교적 분명하다. 따라서 나 자신과 상대의 강점, 약점을 잘 간파해서 상대를 능가하는 전략적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역량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지칭한다. 그것이 외모이든 지능이든 기술이든 성격이든 상관없다. 그것을 기반으로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면 역량이다. 전제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이다. 여기에서의 성공 공식은 무한경쟁을 통해서 일등이 되거나 이등이 되는 것이다.

시대는 전략이나 역량에 의존해 성공하는 시대에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공하는 시대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생태계에서는 적과 아군이 구별되지 않는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구글의 플랫폼을 빌려 쓰고 있지만 어떤 경우는 구글의 강력한 경쟁자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플랫폼을 이끄는 키스톤 기업의 CEO나 이런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종업원들에게 성공에 대해 물어보면 성공의 정의도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성공은 신자유주의에서 예고하는 대로 경쟁에서 이겨서 일등이 되거나 이등이 되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남들의 성공을 돕는 일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을 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에 대한 패러다임도 남을 이기는 전략과 역량에 기반을 둔 신자유주의의 경쟁의 패러다임에서 상생과 공진화의 패러다임으로의 근원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