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다 놨다’ 막장도 이쯤되면 경지… ‘왔다! 장보리’ 김순옥표 드라마의 치명적 매력

입력 2014-09-03 04:10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의 주요 등장인물들. 왼쪽부터 라이벌 관계인 김지훈과 오창석, 악역의 이유리, 주인공 도보리를 맡은 오연서. 맨 오른쪽 사진은 김순옥 작가의 대표작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포스터. MBC·SBS 제공

동시간대 뉴스 프로그램과 개그 프로그램을 저만치 따돌리고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 있다. 50∼60대 중장년층부터 20∼30대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이 작품의 주인공 ‘도보리’와 ‘연민정’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두 주인공의 갈등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가 지난 31일 시청률 3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작품 최고 시청률을 또다시 갈아 치웠다.

보리(오연서 분)가 키워온 비단이(김지영 분)가 연민정(이유리 분)의 딸임이 드러나면서 시청률이 탄력을 받아 매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종영까지 한 달여 남은 이 작품이 얼마나 더 많은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으로 끌어 모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순옥 표 ‘막장’의 변화=‘왔다! 장보리’의 매력을 꼽기 위해선 작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왔다! 장보리’는 2008∼2009년 방송된 SBS ‘아내의 유혹’을 썼던 김순옥 작가가 집필 중이다.

‘아내의 유혹’은 현모양처였던 구은재(장서희 분)가 얼굴에 점 하나를 찍은 뒤 복수의 여신으로 거듭나는 내용을 담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세례를 받으면서도 최고 시청률 40.6%(2009년 2월 12일분, TNmS 전국기준)를 돌파했다. 그해 장서희는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이 드라마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해외 24개국에 수출됐다. 중국에선 리메이크돼 큰 사랑을 받았다.

김 작가는 2009년 ‘아내의 유혹’ 속편 개념으로 제작된 ‘천사의 유혹’을 통해서도 복수극을 선보였다. 복수를 위해 원수 집안의 남자와 결혼한 주아란(이소연 분)과 이를 다시 복수하기 위해 전신성형을 하고 나타난 안재성(배수빈 분)의 이야기로 20%대의 안정적인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후 SBS 주말극 ‘웃어요, 엄마’(2010∼2011)와 ‘다섯 손가락’(2012)에서는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다.

김 작가에게 제2의 전성기를 맞게 한 ‘왔다! 장보리’는 전작들과는 조금 다르게 전개된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막장 코드의 가족사는 들어있지만 포장지는 달라졌다.

과거 악에 받힌 듯 강하게 표현된 주연 배우 자리에 이번에는 건강하고 인간미 있는 캔디형 캐릭터를 배치했다. 또 악역의 잔혹함은 전작과 비슷할지라도 선과 악의 밸런스가 잘 맞아 떨어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평가도 따른다.

◇“시트콤 같은 명랑한 기운과 탄탄한 연기력이 인기비결”=‘가족드라마’라는 꼬리표가 붙는 주말극은 주로 50∼60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자극적이거나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훈훈한 가족애를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왔다! 장보리’의 경우는 가족드라마의 문법을 적절히 변형시켰다. 미니시리즈에서 볼법한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가 보리와 남자 주인공 이재화(김지훈 분)를 통해 펼쳐진다는 점이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무기로 작용했다. 또 한복 명인이라는 콘셉트를 차용해 작품에 품위가 드러난다거나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적절히 배치됐다는 장점도 꼽힌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극 초반 명랑 홈드라마, 시트콤처럼 부담 없이 유입된 시청자들이 중반부터 출생의 비밀이란 코드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흡인력 있는 대본으로 시청자들이 착한 주인공을 응원하기 시작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악역과 선한 역할이 모두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며 “작가가 시청자들과 ‘밀당’을 잘하는 것 같다.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