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 나 외출때 청소 부탁해… “청소 끝∼!”

입력 2014-09-03 04:03

냉장고 안에 식재료가 얼마나 남았는지, 빨래가 다 되려면 몇 분을 기다려야 하는지 사용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기계가 이야기해준다. 인터넷이 연결된 카메라로 빈 집안을 구석구석 살필 수 있고, 더운 날 집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이 이미 켜져있다. 사물과 인간이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가전업체들은 가전과 통신을 연결해 사용자를 편리하게 해주는 스마트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4월부터 냉장고·세탁기· 오븐 등 가전을 모바일 메신저와 연동한 홈챗 서비스를 시작했다. 'LG 디오스 스마트 광파오븐'과 홈챗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요리할 줄 몰라도 대화창에 재료 입력하면 뚝딱…정확한 조리시간도 측정=설치는 간단하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LG 스마트 광파오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앱에 제품을 등록하면 된다.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서 'LG 홈챗'을 친구 추가하면 앱과 메신저가 연동된다. 이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이나 와이파이(Wi-Fi)를 이용해 오븐을 제어할 수 있다.

고등어 구이에 도전했다. 메신저 대화창에 '고등어'를 입력했더니 앱에 탑재된 레시피북으로 연결되는 주소가 답장으로 날아왔다. 주소를 클릭하면 앱이 자동 실행된다. 앱의 레시피 메뉴에는 고등어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들이 나타났다. '고등어 구이'를 선택하자 재료, 조리법, 요리 팁과 함께 고등어의 양을 선택하는 란이 나왔다. '1마리'에 체크하고 '자동세팅하기' 버튼을 눌렀다. 조리가 시작됐다. 방에서 책을 보다가 남은 조리 시간이 궁금해 메신저 대화창에 "오븐 뭐해?"라고 물었다. "지금 고등어구이를 열심히 조리 중이예요. 조리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1분 11초!"라는 답이 왔다. 책을 다섯 페이지쯤 더 읽었을 무렵, 메신저가 울렸다. "조리가 완료됐어요! 얼른 오셔서 음식을 꺼내주세요∼"

◇외부에서도 제품 상태 확인…명령하고 나가면 사용자 없어도 알아서 척척= 식사가 끝난 뒤 생선 비린내가 남아 있는 오븐을 청소해야 하는데 외출할 일이 생겼다. 외출하면서 메신저에 오븐 청소 명령어 'V2'를 입력했다. 구체적인 청소 방법을 선택하는 메뉴가 답으로 왔다. 2번 '스팀청소'를 고르고 오븐을 작동시킨 뒤 집을 나섰다. 잠시 뒤 "청소 끝∼!"이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루는 밖에서 회식 중인데 조리가 끝났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왔다. 집에 누가 있는 걸까. 혹시나 하고 남편에게 연락해 "집에서 뭐 해먹고 있느냐"고 물었다. 외부에 있는 '주인'에게 상태를 '보고'하는 스마트오븐의 기능을 모르는 남편이 깜짝 놀라 "방금 전 오븐으로 즉석밥을 데웠다"고 말했다.

휴가를 가던 날에는 오븐의 전원 코드를 뽑고 나왔는지 헷갈려 "오븐 뭐해?"라고 물었다. "전원이 꺼져있거나, 와이파이가 미연결된 상태로 응답이 불가능하다"는 답장이 도착했다. 안심하고 떠났다.

홈챗과 연결된 스마트가전의 장점은 집 밖에서도 가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오븐의 전원이 차단돼 있는지 대기 상태인지 물어보면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집을 나서면서 청소를 지시해 귀가 후 사용하기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간단한 명령 위주의 대화 아쉬워…다양한 요리 추가되면 더욱 유용할 듯=홈챗으로 대화가 가능한 스마트 광파오븐은 이전의 제품보다 여러 면에서 편리했다. 앱에는 240여 가지 레시피가 들어있고 발효·스팀·구이 등 조리법에 따라 세분화돼 있어 사용자는 코스만 선택하면 된다. 더 이상 주부들이 요리법을 찾아 인터넷을 뒤적이지 않아도 되고, 불 앞에 서서 음식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들춰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레시피가 앞으로 계속 추가된다면 더욱 유용해질 것이다.

하지만 홈챗으로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앱과 메신저를 오가며 사용해야하는 점은 번거로웠다. 대화창에 '고등어 구이'라고 입력하면 바로 레시피가 나오고 조리 시작을 명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소를 따라 앱으로 이동해 다시 레시피를 찾아 조리 명령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홈 시장에 대해 업계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 뛰어든 것은 독일 밀레 등 해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2일 "스마트 기기와 가전제품이 연결돼 서로 반응하는 스마트홈은 더욱 편리한 방향으로 발전 중"이라면서 "스마트홈 기술 진화는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