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히는 선교지 생생한 문화

입력 2014-09-03 03:32

인도네시아인들은 손으로 먹는 것이 숟가락으로 먹는 것보다 더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손은 자기 입에만 들어가지만 숟가락은 여러 사람의 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처럼 화장실에서 비데를 많이 사용하지만 없는 경우 수도의 고무호스를 이용해 손으로 뒷처리를 하기도 한다. 만약 인도네시아 선교사가 이런 문화를 무시하거나 고치라고 말한다면 그는 현지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복음 전도는 고사하고 짐을 쌀지도 모른다.

선교사는 타문화권에서 영광스러운 복음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다. 선교사는 문화적으로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복음을 전한다. 그래서 문화는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는 마치 게임의 룰과 같다. 같은 게임이지만 동네마다 룰이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룰이 변할 수도 있다. 선교지 역시 마찬가지다. 선교사가 현지 룰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는 아웃당하고 더 이상 게임에 참가할 수 없는 신세가 된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에서 교수 선교사로 활동했던 저자가 선교와 문화의 관계를 다룬 이론서다. 딱딱한 학문 용어를 최대한 억제하고 살아 숨쉬는 사례를 풍부하게 인용했다. 상당수가 자신이 겪은 경험담이다. 사례가 워낙 재밌고 신기해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마음만 먹으면 그 자리에서 253쪽 분량을 읽을 수 있다.

메신저로서의 선교사를 언급한 부분 중엔 공감 가는 내용이 많다. 현지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거짓으로 선교편지를 써서는 안 된다. 선교사는 열심히 듣고 배우러 온 학생 같아야 환영을 받는다. 현지 생활 수준에 맞춰 살 수 있어야 한다. 오래 머물러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선 흔한 전자기기 사용이 현지에서는 위화감을 줄 수 있다 등은 값진 조언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