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가 1일 시작됐다. 아침까지 정기국회 개회가 불투명했으나 가까스로 본회의가 열렸다.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세월호 특별법의 본회의 상정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69일 만에 본회의가 개최됐으나 민생법안은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국회법 4조는 ‘정기(국)회는 매년 9월 1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국회법을 어기지 않고 정기국회를 법으로 지정한 날 열었다는 사실 자체에만 안도해야 하는 게 2014년 한국정치의 현 주소다.
정기국회가 정상대로 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아무도 확신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하루가 시작됐다. 기류가 바뀐 것은 오전 10시30분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의장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를 면담하고 나서였다. 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을 만난 직후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보고) 때문에 저희가 본회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 본회의가 시작됐다.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6월 24일 이후 처음이었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이제는 타협의 정신으로 세월호 특별법 국면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15명의 신임 국회의원들이 선서를 했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박근혜정부 2기 개각에서 기용된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8명의 국무위원도 의원들을 향해 첫 인사를 했다.
국회가 모처럼 열렸지만 민생법안 등과 관련된 본연의 업무에는 관심도 없었고 고성만 오갔다. 수원병(팔달)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국회가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는 이유 중 하나가 국회선진화법, 소위 ‘국회식물화법 때문”이라고 도발적으로 말하자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재산 신고나 똑바로 하라”고 비난했다. 최 부총리가 “민생경제 관련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을 때에도 야당석에서는 “국회에 있을 때는 뭘 하고 이제 와서 그러느냐”는 야유가 들려왔다.
이어 철도 부품 제작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는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경과 이후 72시간 이내’에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표결 처리해야 한다.
정 의장은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양당 원내대표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내정자 임명승인안도 가결됐다. 그러나 박 사무총장 임명승인을 위한 전자투표를 마친 여야 의원들은 썰물처럼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정 의장은 2일에는 본회의를 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의원들의 동의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말로 설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회는 했지만 정기국회에 대한 먹구름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는 언제 될지 기약이 없고, 민생법안도 먼지만 쌓여 가고 있다. 싸움으로 세월만 보내다 시간에 쫓겨 국정감사와 예산안을 부랴부랴 처리하는 도미노식 부실도 우려된다. 3일로 예정된 본회의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방학을 마치고 개학식 날 학교에 왔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최승욱 기자 justice@kmib.co.kr
[뉴스현장] 門만 연 채 ‘헛바퀴’ 정기국회… 실망스런 2014년 한국 정치 현주소는
입력 2014-09-02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