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키가 쑥쑥 자라고 성숙한 것이 건강한 성장의 지표가 되기도 했으나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과잉 성장이 신체와 정신의 균형 있는 성장을 방해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에 지난 8월 19일 강남세브란스병원 대강당에서 우리 아이 올바른 성장 이야기라는 주제로 ‘성조숙증’에 관한 공개 강좌가 열렸다. 강연자로 나선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성조숙증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 아이에게서 사춘기 증상이 발견된다면=성조숙증은 2차 성징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현상으로, 호르몬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내분비계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만 8세 미만의 여아에서 유방 발육이 시작된 경우, 만 9세 미만의 남아에게서 고환 크기가 커지는 경우를 말한다. 성조숙증은 크게 원인에 따라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이 조기 성숙되어 발생하는 ‘진성 성조숙증’과 성선 자극 호르몬과 관계없이 고환, 난소, 부신 등에서의 성호르몬 분비 이상에 의해 생기는 ‘가성 성조숙증’으로 구분된다.
성조숙증 증상으로는 여아의 경우 가슴 멍울 등 유방이 발달하기 시작하고 사춘기가 많이 진행되면 월경이 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남아의 경우 고환이 커진 후 음경이 커지고 색깔도 짙어진다. 또한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자라기 시작하며, 여드름이 나고 성인의 체취가 나기도 한다. 자녀에게서 이와 같은 신체적 변화가 발견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채현욱 교수는 “과거에는 또래보다 키가 크고 조숙한 것이 자랑거리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나이에 비해 매우 일찍 찾아온 사춘기는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평소 자녀의 성장 변화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특히 비만인 여아의 경우 살이 쪄서 가슴이 나온 것으로 착각하거나 남아의 경우 수개월이 지나도 고환의 크기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할 수 있으므로 만 8∼9세 전후의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자녀의 몸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마다 사춘기 시기 달라=물론 사춘기가 일찍 왔다고 해서 모두가 성조숙증을 진단받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의 시작과 진행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정상적인 범위의 성장인지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소아내분비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 이때는 2차 성징이 나타난 시기, 진행 속도, 과거 병력 등을 먼저 살펴보고, 신장, 체중, 2차 성징의 출현 정도, 피부 병변 여부 등을 진찰하게 되며 골연령(뼈 나이) X선 검사를 해 실제 나이와 비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성선자극호르몬과 성호르몬 농도를 측정하고 필요한 경우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 자극 검사나 다른 원인질환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뇌 MRI,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성장이 또래에 비해 매우 빠르거나 뼈 나이가 자기 나이보다 1년 이상 앞서 있는 경우,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자녀의 건강한 성장 위해 조기부터 의학적 치료 받아야=성조숙증 치료는 원인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면서도 기질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특발성 진성 성조숙증의 경우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사춘기 진행을 지연시키는 GnRH 유도체(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작용제)를 4주마다 한 번씩 주사해 치료한다. GnRH 유도체는 장기간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약물로 부작용이 거의 없고, 발생하더라도 극히 드물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가성 성조숙증의 경우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등의 치료를 시행한다.
사춘기 지연치료를 받게 되면 성호르몬 농도가 사춘기 전 수준으로 감소한다. 따라서 키 크는 속도와 뼈 나이가 진행하는 속도가 감소하고 예측 성인 키가 회복된다. 성조숙증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성장판이 이미 닫힌 경우에는 손실된 성장 잠재력을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춘기 지연 치료는 현재 기준으로 여아는 만 9세, 남아는 만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일반적으로 여아는 만 11세까지, 남아는 만 12세까지 치료한다.
채현욱 교수는 “성조숙증을 치료하는 데는 조기부터 증상에 알맞은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의학적 치료만이 아이의 급성장을 막고 최종 키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media.co.kr
유치원 딸 가슴 멍울… 성조숙증 의심해야
입력 2014-09-02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