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과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강동원(33) 만큼 주목받는 배우가 또 있을까. 지난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테이프를 끊은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주인공 하정우보다 그에게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그 여세를 몰아 추석 개봉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열여섯 살짜리 아들을 둔 서른셋 살짜리 아빠를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군도’에서는 조선시대 탐욕에 눈먼 양반집안의 서자 조윤 역으로 백성들의 지탄을 받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하정우와 칼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모습은 뜻밖의 웃음을 자아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도 열일곱 살에 아이를 낳은 배역이 억지스럽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강동원의 진솔한 연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소신이 뚜렷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군도’의 흥행(2일 현재 477만명)이 기대보다는 저조한 것 같다는 얘기에 그는 “무척 아쉽지요.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인력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을. 다 운명이죠”라고 덤덤하게 대꾸했다. 그러면서 “이젠 ‘두근두근 내 인생’에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본론으로 들어가 “결혼도 하지 않고 애를 키운 경험도 없으면서 어떻게 아버지 연기를 했느냐”고 물었다. “시나리오가 무척 좋았어요. 아빠 경험은 없지만 10대 청춘 이야기가 나오고 실제 제 나이인 30대 시절도 나오니까요. 매우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유쾌한 이야기라는 게 이 영화의 포인트예요. 어차피 슬픈 영화인만큼 최대한 유쾌하고 밝게 연기하자고 마음먹었죠.”
영화에서 강동원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아들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연예인 경호 등 별의별 일을 다 한다. “사실 부업으로 피 뽑는 일도 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잘렸어요. 어렵게 돈을 벌지만 가족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 행복한 거죠. 이 장면을 찍으면서 우리 부모님은 저를 얼마나 힘들게 키우셨을까 생각도 했어요. 우리 집도 옛날에 사정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는 이 영화를 ‘청춘에 관한 얘기’ ‘젊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청춘시절에 일밖에 안했어요. 일 욕심이 많아 해외 촬영도 많이 하고 참 바쁘게 살았죠. 영화에서 아들이 학창시절을 즐기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나오잖아요. 누구든 조금은 아쉬움이 있고 즐거운 때도 있잖아요. 영화는 그런 걸 보여줍니다.”
숲 속 연못에서 수영을 하다 송혜교와 운명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환상적이다. 강동원은 “물속에서 키스하고 노출신도 있는데, 청춘남녀의 연애가 시작되는 판타스틱 그 자체”라며 “송혜교씨와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어 따로 호흡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인 감정 따지지 말고 코믹 장면에서는 있는 그대로 하자고 서로가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근래 제일 사람다웠던 역할이 영화 ‘의형제’의 간첩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사람다운 역할을 해서 재미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영화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 특별히 관련영상을 보거나 원작소설을 읽지는 않았다고. 아들과 때로는 친구가 되고, 때로는 애끊는 심정을 간직한 아버지가 되기도 하는 부분은 공익근무요원일 때 만난 비슷한 처지의 한 아저씨를 떠올렸단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제 부모님 생각도 많이 했다”며 “절 키우기 쉽지 않았겠다. 그래도 제가 건강하게 자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소 눈물을 참지 못한다는 그는 배역에 몰입한 나머지 촬영현장에서 눈물도 많이 흘렸던 모양이다. 강동원은 “슬픔에 힘주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주연 강동원 “경험없는 아빠 연기… 정말 사람다운 역할했어요”
입력 2014-09-03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