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응고제 신약 보험급여 제한, 바른 진료 막아

입력 2014-09-02 03:16
현재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졸중 예방 치료에는 와파린으로 대표되는 ‘비타민K 길항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에 와파린은 효과적인 약물이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 채혈과 혈액응고검사를 통해 INR(혈액이 응고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수치가 잘 조절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치료상의 불편함이 있다.

또한 브로콜리, 시금치, 청국장 등 비타민K 고함량 음식들과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철저한 식단 조절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출혈 위험이 높아 신중하고 지속적인 용량조절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로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절반만이 비타민K 길항제를 복용하고 있고, 그 중 절반만이 INR 치료범위 내로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와파린의 단점을 극복하는 경구용 항응고제 신약들이 60여년 만에 개발돼 2011년부터 국내에 도입됐다. 경구용 항응고제 신약들은 별도의 식단조절과 모니터링을 요구하지 않고, 와파린에 비해 출혈 위험은 늘지 않으면서도 우월하거나 동등한 치료효과를 보인다.

임상연구 결과 특정 경구용 항응고제는 서양인들에 비해 아시아 환자들에게 출혈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뛰어나고,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 효과가 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대한뇌졸중학회 관계자는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환자에게 있어 특히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구용 항응고제 신약들이 보험급여 기준 때문에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데 많은 제약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현행 보험급여 기준은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고위험 환자군에 한해서만 경구용 항응고제 신약들의 보험급여를 인정한다. 이는 보험급여 기준으로는 와파린을 1차 치료제로, 경구용 항응고제 신약들은 2차 치료제로 사용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라는 조건의 해석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의료진 판단에 따라 신약을 처방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급여를 적용하지 않고 삭감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 현장에서도 보험급여 기준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가 경구용 항응고제 신약 급여기준 변경안을 고시해 8월 1일자로 시행됐다. 뇌졸중학회 측은 “고시안은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고위험군 환자의 기준이 넓어져 언뜻 급여 기준이 확대된 것으로 보이지만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 대해서만 신약 급여가 적용된다는 대전제가 변하지 않았다”며 “신약을 처방 받을 수 있는 잠재적인 환자 범위만 더 늘어났을 뿐 실질적으로 신약에 대한 보험급여를 적용 받아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늘지 않았다. 한정된 건강보험급여 재정 안에서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만이라도 경구용 항응고제 신약을 1차 급여 약제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