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공룡이 물고 있는 쏘나타' 옥외광고(국민일보 1일자 17면 참조)를 보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분명히 법으로 금지된 광고인데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왜 그런 불법행위를 했을까. 현대차의 담당 직원들은 정말 불법인지 몰랐을까. 하물며 한 차례 지자체의 단속에 걸려 과태료 500만원을 내고도 또 다시 광고를 내걸었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수억원대 광고효과를 위해서 은밀한 불법행위는 불가피하고 과태료 정도는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을까. 이런 행위를 현대차 경영진이 알았다면 그대로 놔뒀을까. 아니면 알고도 별거 아니라고 묵인했을까.
현대차에선 "광고 대행사가 한 일이어서 정말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깊이 알아보니 "사실 대기업들이 하는 옥외 광고는 다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따라서 현대차가 불법 여부를 전혀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소한 사건을 너무 부풀리는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대차 내부 시스템의 허점을 보는 것 같아 꺼림칙하다. 우선 광고를 보는 잠재적 소비자에게 갖는 태도다. 두 번이나 강남 한복판 고층 건물에 불법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것은 '설마 소비자들이 알겠느냐'는 가벼운 발상이 깔려 있다. 게다가 최소한 결재라인의 팀 단위에서는 불법이란 사실을 모르긴 어렵다. 어딘가 한 부서에선 불법행위에 대한 집단 무감각증이 퍼져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파는 신형 쏘나타 가격을 두고도 국내외에서 서로 다른 얘기를 했었다(본보 5월 24일자 14면 참조). 미국에선 최저가를 낮췄다고 홍보하고 우리나라에선 최고가를 강조하며 '제 값 받기'를 부각시켰다. 한국 소비자들의 착시를 노린 셈이다.
사소한 일들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잦아지면 현대차의 신뢰를 갉아먹고, 내부 시스템도 곪게 된다.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향후 10년 안에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최고의 브랜드를 위해선 소비자들의 신뢰가 우선이다.
kcw@kmib.co.kr
[현장기자-강창욱] 안이한 현대차, 소비자만 모르면 그만?
입력 2014-09-02 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