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남단 하이난섬에 세계 최대 면세점인 싼야 면세점이 1일 문을 열었다. 중국면세그룹(CDFG)의 모기업인 중국국제여행그룹이 50억 위안(약 8263억원)을 투입해 기존 면세점을 7만㎡로 확장했다. 규모에 걸맞게 유명 브랜드 300여개가 입점해 운영에 들어갔다. 세계 면세점 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이 자국민 및 외국 관광객을 겨냥해 면세점 운영을 본격화한 것이다.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각국이 면세 시장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해외 진출의 이유가 됐다.
물꼬를 튼 것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2012년 1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같은 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매장을 잇따라 개설했고, 지난해 6월에는 자카르타 시내에 첫 시내 면세점을 오픈했다. 세계 면세 시장 1위 업체인 DFS를 따돌리고 괌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는 쾌거도 거뒀다. 진출 초기 매장을 운영하던 것에서 벗어나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 운영권을 확보하는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1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첫 매장을 연 후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올해 초 창이공항 향수·화장품 매장 운영권을 따내는 데 성공해 10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허브공항인 창이공항의 기존 1∼3터미널과 완공 예정인 4터미널 매장을 2020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마카오공항 면세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롯데와 신라 두 회사 모두 세계 10위 이내 업체지만 해외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면세 시장 규모는 6조8000억여원으로 두 회사의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서 나왔다.
주변국과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최근 CDFG가 첫 해외 진출을 위해 캄보디아에 시내 면세점 건립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캄보디아는 국내 업체들이 시내 면세점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은 10월부터 외국인에 대한 면세 대상 품목을 확대한다. 일본 유통업체들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포인트 카드 제도 시행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붐을 등에 업고 동남아 등에서 국내 면세점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 아직 국내 업체들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기획] “국내는 좁다”… 해외로 영역 넓히는 면세점
입력 2014-09-02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