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는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 간 '긴급' 당정협의가 열렸다. 국토교통부가 곧 발표할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에 대한 토론 자리였다. 정부가 정책을 설명하고 여당이 국민여론을 전달하는 당정 협의는 대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날 당정은 그렇지 않았다. 취재진이 빠진 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우리가 거수기냐"며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나 청약제도 개편 같은 민감한 정책들을 언론에 엠바고(시한부 보도 중지)까지 걸어놓고 발표 3시간 반 전에 당에 설명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건 협의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의원들 사이에선 '정부가 이렇게 나오면 다음부턴 (국회에서) 뒷일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엄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의 호통이 이어지자 정부 측은 해명에 진땀을 뺐다. 정부 측 참석자들은 "당 정책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충분히 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회의가 끝난 뒤 당 일각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경제 부처들이 기고만장해졌다는 뒷말까지 나왔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30년으로 완화하는 문제를 놓고도 정부와 여당 의원들 간 설전이 오갔다고 한다. '강남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뻔히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너무 성급했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의원은 "이렇게 폭발력이 큰 이슈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치단체별로 반발이 심할 텐데 뒷감당은 누가 할 거냐"고 지적했다.
부실 당정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부처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라고 (지시)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9·1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 “발표 3시간 전에 설명… 여당이 거수기냐”
입력 2014-09-02 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