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만 낸 ‘금융권 퇴직자 고용지원책’

입력 2014-09-02 04:18
정부가 은행 등에서 5년 이상 일하다 퇴직한 이들에 대해 퇴직연금 모집인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퇴직자 고용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금융권 구조조정 한파로 퇴직자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원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 포화와 장기 침체 등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금융권 고용 상황 개선은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1일 최근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고용 여건이 악화된 금융권 지원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일단 쏟아져 나오는 금융권 퇴직자들이 경력 등을 활용해 재취업하는 것을 돕기 위해 퇴직연금 모집인 자격기준이 10월부터 완화된다. 현재 퇴직연금 모집인은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딴 뒤 1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은행 등에서 5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연금 분야에서 1년 이상 일한 경력만 있으면 된다.

중소기업이 재무·회계 담당 등으로 금융권 퇴직자를 고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문인력 채용 지원금' 지원 요건도 완화된다. '경영·무역·재무·회계 등 분야의 석·박사 학위 소지자' 이외에 '5년 이상 해당 업무 근무경력이 있는 학사학위 소지자'를 추가한 것이다. 전문인력 채용 지원금이란 중소기업이 전문인력을 신규 고용하거나 대기업에서 지원받아 3개월 이상 고용할 경우 근로자 1인당 연 1080만원씩 지급되는 금액이다.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2016년부터 보험 설계사를 비롯한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택배 기사 등 특수형태 근로자에 대해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금융권 인력 문제가 금융시장 침체와 포화, 온라인 거래 증가 등과 결부된 상황에서 이번 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활동 중인 보험설계사도 먹고살기 힘들어 실업급여 지원을 하겠다면서 보험설계사와 마찬가지인 퇴직연금 모집인 자격을 완화한다는 대책을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시장 인력 문제가 구조적이고 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로 금융권 구조조정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