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이상 세월호 대치 정국을 이어가는 여야가 '청개구리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 여론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 다수가 야당의 장외투쟁에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또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서 희생자 유가족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장외 홍보전'에만 열중하고, 새누리당은 여전히 "재재협상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1일 여당과 유가족의 면담조차 성과 없이 끝나면서 '추석 전 국회 정상화'에도 먹구름이 끼는 모습이다.
◇여론, "여야 양보하라"=31일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27.3%에 그친 반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은 68.8%에 달했다.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에 대해선 '다시 협상해야 한다'가 53.7%로 '재합의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41.6%)'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았다. 유가족이 주장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 보장'에 대해서도 '동의한다(58.3%)'가 '동의하지 않는다(38.6%)'보다 2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한마디로 야당이 국회 밖으로 나가 투쟁하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여당도 일정 부분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선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주말 갤럽 조사에서도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일(59%)'이라는 응답이 '불가피한 일(25%)'이라는 응답을 압도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유가족 뜻에 따라 다시 협상'이 47%, '여야 재합의안대로 통과'가 40%로 '재재협상' 의견이 많았다.
여야가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들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오히려 여야 각각이 고수하는 기존 입장과 반대되는 쪽에 손을 들어주면서 양측 모두 한 발짝씩 양보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 세월호 특별법 파행 책임은 여당 27%, 야당 25%, 둘 다 책임 31%로 나타났다. 역시 같은 맥락으로 판단된다.
◇여야, 귀 막고 제 할 말만=여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상대 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기대를 모았던 유가족과의 3차 면담에서도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새정치연합과의 재재협상도 없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야당은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빨리 국회로 돌아와 달라"며 "민생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분리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비상행동'이라는 이름 아래 원외투쟁을 이어갔지만 국회 정상화에는 합의하지 않았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158석의 집권여당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추석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해 빚어질 정국 파행과 국민 실망의 노도는 정치권 전체를 삼킬 것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이 표류할 경우 사실상 의사일정 합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당 지도부는 2일 세월호 여론 환기를 위해 진도 팽목항도 방문한다. 여당과 유가족과의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면서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강경 투쟁론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야 내부에서도 추석 전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나온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국회 정상화를 내건 온건파가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타협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이 먼저 집권여당다운 포용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같은 당 이재오 의원과 김태호 최고위원, 정미경 의원 등도 '양보론'을 폈다.
경희대 윤성이 교수는 "야당은 장외투쟁이 아니라 의회정치로 돌아와야 한다"며 "여당도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주지 않아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발본색원이 가능한 대안을 유가족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전웅빈 기자 joylss@kmib.co.kr
[기획] 여야, 세월호 특별법 대치 정국 대응 봤더니… ‘청개구리 정치’, 여론엔 귀 막았다
입력 2014-09-02 0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