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은 항일전쟁 승전기념일”… 中 국가차원 대대적 기념행사

입력 2014-09-02 03:08
3일 항일전쟁 승전기념일을 앞두고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군이 중국군에 항복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1일 후난성 즈장현 ‘중국인민항일전쟁승리기념관’에서 내외신 기자 50여명에게 공개됐다. 사진에서 일본군 대표는 중국군 육군총사령부가 있던 즈장현으로 와서 직접 항복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3일 ‘항일전쟁 승전기념일’을 앞두고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중국은 일본이 연합군 항복문서에 공식 조인한 1945년 9월 2일의 다음날이 자국을 침략한 일본과의 전쟁에서 진정으로 승리한 날이라고 여겨 매년 9월 3일을 기념해 왔다. 특히 올해 69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오는 30일을 ‘열사기념일’로 지정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추모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중국 국무원과 외교부는 1일 내외신기자 50여명을 후난성 즈장현으로 초청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 8월 21일 당시 중국을 장악하고 있던 국민당 지도부가 일제에 직접 항복문서를 전달받았던 곳이다. 항복 조인식이 열렸던 장소는 그대로 보존돼 있고, ‘중국인민항일전쟁승리기념관’도 건립돼 있다. 중국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된 이후 필요할 때마다 외신기자들을 불러 홍보에 활용해 왔다. 앞서 랴오닝성과 난징 등으로 잇따라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일제 만행 현장을 직접 둘러보게 했다. 이번 초청도 중국 정부가 처음 국가기념일로 승격된 승전기념일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공산당과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들도 지난달부터 일제 전범들의 ‘자백서’를 공개하고 있다. 특히 신화통신은 현지 취재를 통해 지난 31일부터 전범 8명의 ‘구술 실록’ 시리즈를 내보내고 있다. 첫 회에는 중국 침략 당시 일본군 대대장을 지낸 이나바 이사오의 “산 사람을 살해하는 훈련을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을 소개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기념일 당일인 3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이 참석하는 공식 기념식이 개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일 저녁에는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중국의 3대 테너가 총출동하는 ‘항일 전쟁 승리 기념일 음악회’가 예정돼 있다. 관영 CCTV도 항일 전쟁 승리와 애국주의 등을 강조하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집중 편성 중이다.

중국의 항일 승전 기념일 띄우기는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에 대한 공세와 함께 민족적 자긍심을 북돋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인대는 지난 2월 승전기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승격시키면서 “중국인민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을 격려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