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7월 말 개봉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1600만명을 돌파하며 관객동원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스크린 독과점이 그 발판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영화관 전체 스크린 2184개 가운데 1586개가 8월 한 달 이 영화를 틀었다. 이 기간 다른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은 이른 아침에 극장을 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영화산업의 불공정 관행에 메스를 대기로 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문제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무리했다”며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영화산업 독과점 문제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의 조치가 늦은 감은 있지만 일단 환영한다.
공정위는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 예컨대 ‘명량’의 투자는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은 CJ E&M, 주 상영관은 CJ CGV가 맡는다. 영화의 제작과 배급, 상영을 모두 장악한 대기업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틀어막고 내부 거래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구조다. 게다가 시장의 50% 정도를 과점하고 있는 배급사인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CGV와 롯데시네마라는 상영관까지 갖고 있다.
일부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명량’의 경우 관객들의 반응이 워낙 광풍이어서 스크린 독점이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명량’ 개봉 당시 스크린 수가 전체 스크린 수의 과반인 1159개였기 때문에 애초에 불공정 경쟁이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관객들이 원하는 독점이므로 시장원리에 따라 관객의 편의에 맞춰줄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이래도 안 볼 테냐’는 식의 윽박지르기가 주효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투자 규모가 큰 영화들의 스크린 독점은 문화적 다양성을 훼손시켜 장기적으로 한국영화의 질적 하락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 1940년대 미국에서도 제작비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영화 제작사가 배급과 유통까지 맡으면서 수직계열화를 시도해 대형 극장의 스크린을 고스란히 차지했었다. 독립영화와 군소 기획사 영화들이 영화관에서 밀려나자 연방대법원은 1948년 영화 제작과 상영의 수직적 통합을 금지한 ‘파라마운트’ 판결을 내놓는다. 그 영향으로 미국 영화시장에서는 투자·배급사와 극장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잘 작동한다.
미국처럼 저예산 영화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상영기간을 사실상 보장하거나 독립영화 전용관 건설과 운영을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특정 영화가 스크린의 30% 이상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적용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영화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할 때다.
[사설] 한국영화 약진 불공정 경쟁으로 이룩한 건가
입력 2014-09-02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