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의 적극 외교행보 활용해 대화 모멘텀 찾아야

입력 2014-09-02 03:50
동북아시아는 국제사회에서 중동만큼이나 뜨거운 외교전쟁의 장이다. 구시대 유물인 냉전 이데올로기 대결이 아직도 치열한 데다 G2, G3인 중국과 일본의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어 어느 나라든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곳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제력과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지난 수십 년간 이 지역에서 유일의 슈퍼 파워 지위를 누려온 미국의 위상이 중국의 급부상으로 흔들림에 따라 미국의 지위를 대신하려는 중국과 현상을 유지하려는 미·일의 충돌로 새로운 동북아 질서가 모색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은 우리 외교의 숙명이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제69회 유엔총회를 앞두고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우리 측 제의를 스무날이 지나도록 묵살하고 있고, 인천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남한 무시 전략을 펴고 있다. 1일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종료 이후 처음으로 자강도에서 사거리 220㎞ 안팎의 단거리 발사체를 동해로 발사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신문을 통해서는 응원단 불참과 UFG 연습을 언급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좋은 기회가 사라졌다’고 대남 비난을 이어갔다.

반면 미·일에 대해서는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남한을 견제하는 지렛대로 삼으려는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술책이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일본은 10월과 11월 후쿠시마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집권 이후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집단자위권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대북 카드는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임에 분명하다.

미국 고위 당국자의 극비 평양 방문설이 나도는 가운데 북한은 15년 만에 외무상을 유엔총회에 참석시킨다. 미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기에 그동안의 차관급 참석 관례를 깨고 외무상 참석 결정을 내렸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송환을 위해서도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북·일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고리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전향적 자세로 나올 경우 아베의 북한 방문도 예상된다.

북·미, 북·일 관계 개선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협조할 사안이다. 단, 우리가 들러리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붙는다. 추석 직후로 예상되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미, 한·중 관계는 순풍인 반면 남북 및 한·일 관계는 냉랭하다. 한·일 관계 개선도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으나 남북관계를 이대로 놔둔 채 정부가 외교무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침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리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화 시그널을 보내는 지금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할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