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세대’에 이어 ‘삼포세대’ ‘사포세대’라는 신조어들이 풍미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88만원세대’는 비정규직으로 월 평균 임금 88만원 정도를 받는 20대를 뜻한다. 그리고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와 취업마저 포기한 ‘사포세대’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 상당수는 직업도, 돈도, 친구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나는 잉여’라고 말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이른바 ‘잉여인간’ 또는 ‘잉여적 존재’라는 얘기다. ‘루저(Loser)’와도 일맥상통한다. ‘남아도는’ 또는 ‘불필요한’ 인간이 있다니,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아이러니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잉여인간’이란 표현 자체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삶은 불안하고 비루하다. 사회적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열정이나 인생의 목표는 없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월 30만∼40만원 하는 2평 정도의 고시원에서 생활하거나, 더 싼 거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은 있다. 이들이 사회갈등 세력으로 커지기 전에 정부가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있는 상태다.
#정치권에도 ‘잉여정당’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경기도 안산이 지역구인 4선의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이 최근 ‘잉여정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새정치연합이 장외로 나가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특별법 협상을 지켜보며 투쟁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이라고 자신이 속한 정당을 비판한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면 국회에서 싸워야지, 국회를 외면한 채 길거리로 나가 농성과 단식 등 극한 싸움을 벌이는 건 낡은 시대의 잔재요, 의회 민주주의의 포기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 장외투쟁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다. 7·30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이 세월호 심판론을 심판했음에도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인해 당 지지율은 20%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하다. 정기국회가 개회된 1일에도 국회 등원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했다. 지도부가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 의견을 원활히 조율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면서 정부·여당 책임이라고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안쓰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당권투쟁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저러다 ‘새정치연합=잉여정당’이라는 등식이 고착되는 건 아닐까.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한마당-김진홍] 잉여정당
입력 2014-09-02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