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달청, 녹색기술 인증제품 가점제도 폐지 추진… 정부가 친환경 기술 개발 막나

입력 2014-09-02 03:29
A기업은 녹색기술 인증을 받기 위해 2년간 총 12억원을 투자해 폐기된 골재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녹색기술 인증을 받게 되면 정부 발주 공사나 각종 공공구매, 국방조달 심사에서 가산점을 받기 때문에 입찰 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때문에 A기업은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또 기술개발에 성공한 이후에는 8개월간 추가로 설비투자를 진행했고 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기술 홍보도 했다.

그러나 A기업은 최근 조달청이 입점 시 녹색기술 인증제품에 부여하던 가점제도 폐지를 추진하면서 힘이 빠졌다. A기업은 “다양한 우대 정책을 고려해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힘들게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는데 모두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1일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에 따르면 조달청은 조달품목 입점 평가에서 가산점 7점을 부여하던 것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인증제도 중복을 해소해 기업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조달청은 입점 시 기본평가 항목인 녹색기술을 선택평가로 조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가점을 폐지해 녹색기술을 인정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전체 입점평가 점수가 150점인데 가점 7점은 조달청 입점 평가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가점이 사라지면 상당수 녹색기술 보유 기업이 조달청 입점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녹색기술 보유 업체들은 조달청 입점에 실패할 경우 공공기관 납품이나 입찰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공공기관은 2005년 도입된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조달청을 통해 녹색기술 인증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녹색기술 개발에 투자를 해왔다. 2010년 녹색기술을 보유한 환경마크 인증업체는 1632개에서 올해 7월 현재 2210개로 늘었다. 녹색기술 인증제품도 같은 기간 7904개에서 1만2116개로 급증했다. 관련 제품을 구매한 공공기관은 지난해 총 878곳이었고 구매액수만 2조431억원에 달했다.

부수적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녹색기술 인증제품 구매로 지난 9년간 발생한 경제적 편익은 총 90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도 지난해에만 53만2000t에 달했고, 고용유발효과는 2624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의원은 “수많은 기업이 온실가스 저감과 자원 재활용을 위해 수억원을 들여 녹색기술 인증을 받고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