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만에 돌아온 류현진… 역시 괴물이었다

입력 2014-09-02 03:46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이 18일 만의 부상 복귀전에서 호투하며 2년 연속 14승을 달성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는 ‘15승·2점대 평균자책점’ 그리고 2000년 박찬호의 18승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고 1실점으로 막았다. 사사구는 하나도 없었고 삼진을 7개나 잡는 빼어난 투구였다. 14명의 타자를 상대로 연달아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것은 이날 투구의 하이라이트다.

샌디에이고에 이틀 연속 연장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다저스는 7대 1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팀의 연패도 끊고 올 시즌 14승(6패)째를 챙겼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지난해 30경기에서 14승(8패)을 올린 류현진은 올 시즌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라 한 달이 넘는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24번째 등판 경기 만에 같은 승수를 달성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28에서 3.18로 떨어졌다. 샌디에이고의 지역 언론인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 등 미국 언론은 “류현진은 2년간 샌디에이고전에 5차례 선발 등판해 32⅓이닝 동안 3점만을 내주며 4승 무패를 기록했다”며 “류현진은 파드리스 킬러가 됐다”고 논평했다.

지난달 1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엉덩이 근육통을 호소하며 물러난 류현진은 15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올랐다가 18일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류현진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1회부터 시속 95마일(153㎞)의 공을 던질 정도로 구속은 부상 이전 그대로였다. 7회까지 투구수가 84개에 불과했는데 직구 47개, 커브 18개, 슬라이더 11개, 체인지업 8개 순으로 던졌다.

특히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헛스윙을 유도하는 낙차 큰 커브가 위력적이었다. 그동안 주무기로 사용하지 않던 커브에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현지 중계진은 “다저스의 포수 엘리스가 류현진의 커브를 못 받을 뻔 했다”며 “류현진의 변화구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긴 힘들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제 앞으로 최대 5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가지게 될 류현진이 몇 승을 더 추가할지가 관심이다. 류현진의 안정된 투구 페이스와 지구 1위 다저스의 힘을 생각하면 5경기에서 1승을 추가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2∼3승을 따낸 16∼17승이 기대할 수 있는 수치지만 5승을 거두면 박찬호의 개인 최다승인 18승을 깨게 된다.

2점대 평균자책점도 욕심나는 기록이다. 류현진이 남은 경기에서 꾸준히 6∼7이닝을 1∼2실점 정도로 막아내야 2점대 평균자책점에 도전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복귀전에서 보여준 호투를 떠올린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아 보인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다른 날보다 커브 각이 좋았고, 체인지업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며 “모든 구종이 괜찮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