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뚜껑 등 폐기물의 아름다운 변신… ‘최정화-총천연색’ 展

입력 2014-09-02 03:37
작가 최정화가 지난해 대구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연금술전’에서 선보인 높이 18m의 소쿠리 기둥. 문화역서울 284 제공
작가 최정화가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 폐 뚜껑을 모아두고 있다. 작가는 시민들이 제공한 플라스틱 뚜껑으로 설치 작업을 할 계획이다. 문화역서울 284 제공
빨갛고 노란 꽃들이 만개했다.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은 옛 서울역사다. 꽃들의 면면을 보면 흥미롭다. 플라스틱 뚜껑, 버려진 소쿠리 등 버려졌거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4일부터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 전관에서는 ‘최정화-총천연색(總天然色)’ 전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기획전으로 폐기물에 입힌 꽃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전시엔 작가의 예술관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최정화의 예술관은 ‘보이는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공물로 꼽히는 플라스틱으로 꽃이라는 자연물을 표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최 작가는 “인공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이를 다시 생명으로 재생시킨 것은 폐허에서 피어난 꽃들처럼 일상의 평범함과 비루함조차 아름다움으로 개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멀티플 최정화’라는 스스로가 붙인 직함에 걸맞게 색다른 이벤트도 마련했다. 그는 작가인 동시에 기획자, 아트디렉터, 프로듀서, 그래픽디자이너, 취미예술가, 인테리어디자이너, 공예가, 공공미술가, 설치예술가, 수집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가 준비한 특별한 캠페인은 ‘모으자 모으자! 플라스틱 뚜껑’이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뚜껑들을 모아 거대한 꽃을 만들자는 것이다. 작가는 지난달 26일부터 시민과 관람객들로부터 플라스틱 뚜껑을 받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자신이 제공한 플라스틱 뚜껑이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변화하는지 직접 목격할 수 있다. 전시가 끝나는 다음 달 19일까지 뚜껑을 받을 계획이다. 음료수부터 세제, 약품 등 어디에 쓰인 뚜껑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색깔도, 형태도 상관없다.

문화역서울 284의 민병직 전시감독은 “참여자분들에게는 작품 크레딧에 소중한 이름을 새겨 기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행사기간 중 다양하게 개최되는 학술강연, 공연, 이벤트에 우선적으로 초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가는 지난달 초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형형색색 플라스틱 소쿠리 쌓기 작업에 들어갔다. 광장에 있는 8개의 가로등은 높이 7m의 거대한 형형색색 플라스틱 소쿠리 탑으로 변모하고 있다. 작품명은 ‘꽃의 매일’이다. 서울역 노숙자들이 설치에 참여했다. 이 시대의 예술이 가져야 하는 ‘함께함’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정화-총천연색(總天然色)’의 모든 전시와 공연은 무료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