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리더십을 보여준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 시대의 목마름을 증명하듯 많은 관객들이 영화 ‘명량’에 몰리고 있다. 이순신은 어떻게 이처럼 위대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수면 아래 잠겨 있는 빙산의 밑 부분처럼 이순신의 정신세계 근저에 그 무엇이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이끌었던 동력으로 작용한 것일까.
이제 이순신의 마음 깊은 곳에 뿌리 내린 도덕적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가치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모럴 해저드의 난맥상을 풀어 갈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순신의 정신세계와 의식구조를 받치고 있는 윤리적 보편 가치에서 우리 사회를 치유할 해답을 얻어야 할 때다.
프로젝트관리(PM)에서는 윤리강령이란 것이 있다. 글로벌 시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윤리적·도덕적 가치를 명시한 것으로 책임, 존경, 공정, 정직 등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덕목들은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유교적 도덕 가치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과도 연관성이 있다. 이순신은 7년 전쟁 속에서 PM의 4가지 강령을 실천하고 드러냈다.
우선 이순신은 책임을 다하는 데 있어 단순히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국면을 보면서 목숨 걸고 완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그는 전라좌수사 시절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스스로 거북선을 만들었고, 육군 전술인 학익진을 해상에 시도했으며 함포전을 준비했다. 이는 주어진 임무만 수동적으로 완수한 것이 아니라 발상을 전환하고 더 높은 차원에서 완벽하게 완수한 것이다. 그는 임박한 전쟁 상황에서 몇 차례나 언급했듯 “죽기로 하겠다”는 각오로 충만했다.
이순신은 존경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실천했다. 부모를 극진히 사랑하는 ‘효’를 바탕으로 나라사랑, 백성사랑, 부하사랑을 실천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심한 고문을 당하고 백의종군하면서도 나라를 위해 몸 바치겠다는 각오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전쟁을 수행하는 와중에도 둔전을 설치해 피난민들의 굶주림까지 해결했으며, 부하사랑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최고의 사기를 유지하고 백성과 군 모두에게 확고한 신뢰를 구축했다.
또 이순신은 공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철저히 배제하고 공익만 따랐다.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 엄격한 신상필벌, 전투 시 선봉에 서는 것은 물론이고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등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엄중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은 이순신을 ‘정돈된 인격자“라고 평가했다.
이순신은 당시 사회적 관행과는 동떨어진 정직을 묵묵히 실천했다. 이 때문에 상관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파직, 백의종군 등의 수난을 겪었다. 하지만 정직을 실천함으로써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아 용기가 샘솟았고, 부정에 눈멀지 않아 지혜롭게 매사를 처리할 수 있었다. 즉 청렴과 도덕성으로 초지일관했기 때문에 거침없는 용기와 지혜로 임진왜란이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하는 데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이순신은 바다를 버리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왕명에도 불구하고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비장한 결의를 통해 죽음을 불사하는 ‘공의로운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바로 여기에서 왜군 함선 133척을 유인해 사실상 궤멸시키는 전략과 전술이 나왔다.
그로부터 430년이 지난 지금,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우리 핏속에 흐르고 있는 ‘이순신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이순신 정신’은 숭고한 가치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순신 정신’을 몸과 마음으로 체화한 작은 이순신이 되어 이 땅에서 희미해져가는 도덕과 윤리를 바로 세우는 기적의 승리자가 되기를 염원한다.
김덕수 한국에너지기술硏 감사
[기고-김덕수] 이순신 정신
입력 2014-09-02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