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엔지니어링 9월초 합병 추진說

입력 2014-09-01 03:26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제기됐다. 삼성그룹의 구조 개편이 전자소재와 화학 부문에 이어 건설·중공업 부문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건설·중공업 부문 계열사인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9월 초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합병안에 대해 들어본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시 전까지 인수합병에 관한 언급을 피하는 게 관행인 데다 양사가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어 합병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은 지난 연말부터 계열사의 분리·합병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제일모직 패션 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옮겨졌고, 삼성SDI는 제일모직의 소재 부문을 인수했다. 화학 부문에서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했다.

일련의 구조 개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 승계 구도와 관련이 있다. 계열사와 지분을 단순화하면 기업 승계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각각의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큰 것으로 보인다. 해양플랜트가 주업인 삼성중공업은 경영실적 악화로 올 상반기 그룹 차원의 대대적 경영진단을 받았다. 석유화학 등 지상플랜트에 강점이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저가수주 등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주력 부문의 중복이 없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덩치가 커지면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유리해진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14조8000억원, 삼성엔지니어링은 9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단 경영지원 등 업무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합병 시 두 회사의 건설 부문은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건설 부문이 주력인 삼성물산은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