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飛行에 아무런 장애 안됐다

입력 2014-09-01 00:35
장애청년드림팀 김진희씨(작은 얼굴 사진)가 지난 22일 호주 울런공 스탠웰 파크 상공에서 현지인 교관과 2인1조로 행글라이딩 체험을 하며 태즈먼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 사진은 행글라이더에 카메라를 장착해 촬영한 것이다. 장애청년드림팀 제공

김진희(25·여)씨는 지난 22일 호주 울런공 스탠웰 파크(Wollongong Stanwell Park)의 300m 높이 절벽 위에 서 있었다. 김씨는 수화(手話)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청각장애인이다. 장애인 태권도 국가대표로 여러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강심장이지만, 절벽 위에서는 가슴이 떨렸다.

“뛰세요!(Run!)” 2인1조로 함께한 현지 교관의 도움을 받으며 김씨는 행글라이더를 밀며 전력으로 달리다 힘껏 땅을 딛고 점프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바다는 거대한 파도들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활공(滑空)을 시작하자 교관이 김씨 어깨를 툭툭 쳤다. 가슴에 붙어 있는 발판을 떼어 늘어뜨린 뒤 발을 올리라는 지시다.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교관이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기로 사전에 약속했다. 비상 상황은 없었다. 청각장애는 행글라이딩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20분간의 비행을 마친 김씨는 수화로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새처럼 날아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소감을 전하는 그의 손이 춤을 췄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평형 100m에서 금메달을 딴 청각장애인 김덕원(22)씨도 행글라이딩을 처음 경험했다. 그는 “하늘에 있으니 산소 맛이 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교관들은 장애인과의 비행에 익숙했다. 호주 장애인들이 행글라이딩이나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러 꾸준히 이곳을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없었다. 교관 브렛씨는 “점프하기까지 약속된 발동작, 공중에서 발판을 조작하는 타이밍 정도만 연습하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국제 협력을 모색하는 장애청년드림팀 7명은 지난 20∼28일 호주를 방문했다. 장애인을 위한 선진 프로그램 견학과 체험이 목적이었다. 2005년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의 지원으로 설립된 장애청년드림팀은 올해 ‘함께 만드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7개팀 72명이 호주와 미국, 영국, 미얀마, 페루를 방문한다.

시드니=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