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루비콘강’과도 같은 9월 정기국회를 목전에 둔 채 주춤거리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이 우선이라는 강경파와 국회 등원부터 하자는 온건파, 양측을 조율해야 하는 지도부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한 지붕 세 가족’이 된 모습이다. 제각각인 의견을 조정해 ‘세월호 정국’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박영선 비상대책위 체제의 명운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우선’ 강경파, 릴레이 단식 계속=친노(친노무현)계와 486, 일부 비례대표 의원 등이 주축인 강경파는 세월호 특별법 우선 처리를 고집하고 있다. “세월호가 최우선 민생”이란 논리다. 이들은 특별법 처리에 대한 여당의 전향적 양보 없이 국회로 전면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의 한 강경파 의원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특검 추천권에 관한 전향적인 안을 내놓아야 정국 경색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며 “유가족 동의 없이 무슨 명분으로 여당과 타협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친노계 한 의원도 “어떤 진전이라든지 해결 없이 국회에 복귀하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라며 “지금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18대 국회 당시 4대강 투쟁이나 미디어법 투쟁에도 반대했던 이들”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단식을 중단했던 문재인 상임고문은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찾았다. 세월호 특별법 최우선 처리를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일부 의원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장외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로 11일째 단식을 이어갔고, 다른 의원들도 광화문광장에서 ‘24시간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강경파도 정국 경색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은 갖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에 우호적인 이들조차 강경 일변도 투쟁에는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많기 때문이다. 강경파에서는 “애초에 박영선 위원장이 협상을 잘못하는 바람에 첫 단추가 잘못 꿰졌다”는 원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분리 처리하자며 세 불리는 온건파=온건파는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기국회에 복귀하고 일반 법안을 분리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기국회를 정상화하고 국정감사도 차질 없이 해야 한다”며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입법을 병행해 심의하고 처리해야 한다. 국회 보이콧과 민생입법을 연계해 투쟁하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성곤 의원은 “세월호를 이제는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황주홍 의원도 “당 차원에서는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온건파는 비주류 의원 15명이 연판장을 돌리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원식 문병호 의원 등 안철수·김한길 전 지도부 인사들이 온건파에 합류하면서 ‘제3세력’으로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온건파는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관철시킬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온건파 주장대로 당이 움직일 경우 세월호 유가족과 당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야당답지 못하다’는 거센 비판이 예상된다.
◇지도부,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 고심=당 지도부는 정기국회에서 원내외 병행 투쟁 입장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로선 강경투쟁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모습이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의사일정과 관련해 “의사일정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 진행 경과를 봐가면서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정부는 특별법 문제부터 풀고 다른 민생법안을 하겠다는 진실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 상임위에서 논의도 안 된 법을 처리하자는 것은 특별법 책임회피 호도용”이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 홍보전을 이어가는 한편 국민안전 현장 방문, 정기국회 부분 참여 등 3가지 대응 방침을 밝혔다. 원칙적인 투쟁을 강조하는 강경파와 국회 복귀를 주장하는 온건파를 절충한 방안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전면 등원은 어려운 상태다. 강경파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지도부 입장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추석 전에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정국 경색 장기화에 따라 박영선 지도부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당 중진 의원들은 29일 2차 회동을 갖고 박 위원장이 최근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많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다 보니 130석을 갖고도 여당과 세월호 유가족의 협상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올해 들어 기초선거 정당공천과 기초연금법 등을 두고 극심한 내분을 겪었다. 주요 사안마다 당이 사분오열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임성수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
[이슈분석] 힘 합쳐도 힘들 판에… 강경-온건-지도부 갈려 ‘따로국밥’
입력 2014-09-01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