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130여일간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공방을 벌인 여야가 9월 정기국회마저 파행으로 몰아갈 분위기다. 정기국회 정상화의 핵심 변수는 장외로 나가버린 야당의 투쟁노선 변화 가능성과 여당·세월호 유가족의 협상 진전 여부다. 국회 본연의 입법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 여론 역시 여야를 모두 압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野, 회군이냐 진군이냐 갈림길서 고심=새정치민주연합이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원내로의 ‘회군(回軍)’도, 강경 장외투쟁을 향한 ‘진군(進軍)’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엿새째 연출되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가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노숙투쟁’을 벌이자 다른 의원들이 원내에서 대여 투쟁을 벌이던 지난해의 모습이 딱 1년 만에 재현된 셈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1일 오후 2시 정기국회 개회식에는 참석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권순일 대법관 임명동의안,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임명안,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등의 안건 처리를 위해 개회식 직후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여야에 전달했다. 하지만 아직 양측은 협의에도 나서지 못했다.
야당 내부에서 아무것도 정한 게 없다는 말도 들린다. 당 안팎에선 강경파에 휘둘리던 모습에서 벗어나 원내로 복귀해 투쟁을 이어가자는 목소리도 점차 설득력을 얻는 양상이다. 하지만 ‘전리품’ 하나 없이 회군할 수는 없다는 강경론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협상 진전을 못 봤는데 정기국회 의사일정만 논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유가족 또 만나는 與, 해결접점 찾을까=새누리당은 ‘재합의안’마저 야당 내부 갈등으로 파기되자 지난주부터 세월호 유가족들과 직접 협상을 시작했다. 여당이 유가족들을 설득해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합의점을 찾을 경우 세월호 특별법은 급진전 국면에 접어들 수 있으며, 야당도 국회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완구 원내대표 등은 1일 오후 유가족 대책위와 3차 회동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절충안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대화 테이블은 계속 차린다는 전략이다. 아직 여당과 유가족 사이의 접점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주장을 계속 고집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원칙과 제도까지 바꾸면서 이 요구를 들어줄 순 없다고 버티고 있다.
세 번째 만남에서 유가족들은 다른 대안으로 특별검사 추천권을 자신들에게 넘기라는 안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당사 브리핑에서 “특별검사 선임권을 넘겨 달라는 유가족들 주장은 위헌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김 부대표는 새정치연합의 ‘여야·유가족 대표’ 간 3자 협의체도 거듭 일축했다. 그는 “3차 협의에서 성과를 못 내면 4차, 5차까지 가겠다”며 유가족과의 직접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석 민심’이 가장 큰 여야 압박카드=7·8월 임시국회에 이어 정기국회에서도 ‘입법 제로’ 파행이 지속될 경우 국민들의 여의도 정치 불신과 비판 여론은 거세질 게 틀림없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정국이 추석연휴 전까지 풀리지 않으면 국민들의 불신은 여야를 막론하고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추석을 기점으로 여야 협상이 재개됐던 지난해를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여야는 성난 민심을 상대방 탓으로만 돌리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유가족과 국민의 간절한 소망대로 추석 전에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최우선으로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야당이 투쟁의 광장(광화문광장)이 아닌 국회로 돌아오라”며 “하루빨리 대화와 타협의 장에 나서줄 것을 간곡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1) 회군·진군 사이서 엉거주춤하는 野… 노선 바뀔까
입력 2014-09-01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