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첫 100% 영어 전용 과정 논란

입력 2014-09-01 03:17

서울대가 사상 처음으로 ‘100% 영어 전용’ 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이번 가을학기 첫 수업에 들어간다. 국내외 공직자들이 함께 영어 수업을 들으며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취지의 과정이다. 그러나 대학가의 영어 열풍에 편승해 국립대학인 서울대마저 영어전용 강의를 여는 데 대한 내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은 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영어 전용 과정인 ‘글로벌 행정학 전공(GMPA·Global Master of Public Administration)’ 과정을 신설해 올 2학기부터 운영에 들어간다고 31일 밝혔다. 서울대 전체 강좌 중 15%가 영어로 수업을 하지만 전공 과정 전체가 영어 전용으로 개설되는 건 처음이다.

국내에서 1년간 공부한 뒤 나머지 1년은 미국과 영국 등 해외 대학에 유학해 수업을 듣는 ‘1+1’ 과정으로, 서울대와 해외 대학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받는다. 정원은 30명으로 전·후기 각각 15명씩 나눠서 선발한다. 이번 학기 등록한 학생은 13명으로 대부분 주요 부처 중견 실무자들이다. 행정대학원은 올해 말까지 10∼15개 해외 교류 대학을 선정할 방침이다. 미국 듀크 대학과 인디애나 대학, 시러큐스 대학, 피츠버그 대학, 영국 옥스퍼드 대학 등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에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 공직자 19명도 참여한다. 한국 공무원과 개도국 공무원이 함께 수업을 들으며 인맥을 쌓고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취지다. 행정대학원은 2011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함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참여하면서 개도국 공무원 교육을 진행해 왔다. 주임교수인 행정대학원 권혁주 교수는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이 서울대에서 공부하며 한국 공무원과 인맥을 쌓고 싶다는 요구를 해왔다”며 “우리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 전공을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이 전공과정 개설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서울대 이사회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회의록에 따르면 한 이사는 “서울대에 영어전용 과정이나 대학을 개설하는 게 국제화의 바람직한 방향인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기성세대보다 영어 실력이 월등히 좋은 대학생들도 영어전용 수업에서 학습 효과가 높지 않다”며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개도국 공무원에 대한 배려 대책도 없이 덜컥 과정을 신설하면서 사실상 국내외 공무원의 사교의 장으로 전락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