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명문대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툼을 벌이다 상대방 신상을 공개한 30대 남성이 수백만원대 벌금형에 이어 손해배상도 물게 됐다.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속칭 ‘신상 털기’의 위법성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명문대 재학생 A씨(28)는 2009년 4월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졸업생 B씨(35)의 글에 반말 댓글을 달았다. B씨는 A씨 댓글 밑에 그를 무시하는 취지의 욕설 댓글을 썼다. 이들은 이후 수개월 동안 게시판에 서로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B씨는 급기야 같은 해 8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네 정체를 안다. 정체가 밝혀지면 학교 다닐 수 있을 것 같으냐”고 협박했다. B씨는 이후 A씨의 신상 정보를 학교 게시판에 공개했다. B씨는 ‘희대의 악플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 ‘참회가 불가능한 인간 말종’ 등의 비난과 함께 A씨의 이름, 학번, 학과, 출신 고등학교 등을 올렸다. A씨는 경찰에 B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B씨는 협박 및 모욕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추가로 지난해 2월 B씨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1심은 A씨가 형사 고소를 한 2009년 8월 이후 3년이 지나 손해배상 책임이 사라졌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부장판사 이영진)는 “B씨가 A씨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 신상을 공개하고, 경멸적인 언어로 모욕했다”며 “150만원을 지급해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은 B씨에 대한 벌금형이 선고된 2010년 6월부터 3년이 지나야 사라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타인의 신상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비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 등의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신상 정보를 단순히 공개만 한 경우라도 상대방이 원치 않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는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신상 털기는 파급력과 지속성이 높아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인격 살인이 될 수도 있다”며 “무분별한 개인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엄한 형사처벌을 해야 하고, 바람직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사회적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학교 못 다니게 해 주마” 인터넷 신상 털기… 벌금형 이어 150만원 배상 판결
입력 2014-09-01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