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과 함께 숨을 고르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조사,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문제 등 대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업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2월 규제가 시작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 결과 일부 계열사의 위법행위에 대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김학현 부위원장이 지난 29일 관련 대기업 계열사 임원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직권 조사를 앞둔 마지막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이달 중 CJ와 롯데에 대한 영화산업 불공정행위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달 착수한 불공정 하도급행위 현장조사 대상에도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카카오톡의 불공정행위 조사를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노 위원장은 “카카오톡이 새로 진출한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 사업자를 착취, 배제하거나 신규 진입을 막는 경우 경쟁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톡은 34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사업을 하는 입점업체에는 최대 ‘플랫폼’에 해당한다”며 “SK플래닛 같은 대기업도 모바일 사업으로 오면 ‘을’ 신세가 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모바일 상품권 시장 등에서 카카오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의 횡포를 저지르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2년여간 지지부진했던 금융회사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사건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주 금융권에 대규모 현장조사를 실시해 업무관련자의 이메일과 메신저 내용 등을 분석 중이다. 일각에서는 예금·대출금리 담합 사실에 대한 금융권의 리니언시(자진신고)가 들어와 조사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수입자동차 업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수입자동차 시장 역시 영화업계처럼 제작, 판매, 수리 전 과정이 수직계열화되면서 불공정행위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판매 및 수리비용을 담합했는지와 과도하게 폭리를 취했는지를 집중 확인 중이다.
공기업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조사 결과 대형 공기업 대부분이 계열사나 퇴직자 재직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공기업이었던 KT와 포스코 역시 제재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경제민주화 입법 이후 건설업계 담합 사건 외에 별다른 실적이 없었던 공정위가 연말을 앞두고 중요사건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 위원장이 임기(3년)의 절반을 소화하면서 어느 정도 감(感)을 잡은 것 같다”며 “경제민주화를 표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 기업들을 압박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칼 빼든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위법행위 포착한 듯
입력 2014-09-01 02:03